4화. 봉토로
황제가 문을 닫고 나간 뒤에도, 금속 손잡이는 한참 동안 따뜻했다.
엘리제는 그 온기를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하면 무언가가 흔들린다. 그 흔들림이 계획을 방해한다.
촛불이 탁자 위 봉인된 편지를 비추고 있었다. 에델슈타인. 밀랍 아래에서 글씨가 선명했다. 그녀는 편지를 집었다. 단순한 종이의 무게가 아니었다. 이 한 장으로, 판이 움직인다.
「마르타.」
시녀장이 문 안쪽에서 즉시 답했다. 「예, 폐하.」
「내일 아침 첫 배달부 편으로 이 서신을 에델슈타인 관리인에게 보내세요. 황후궁 인장을 추가로 누를 것. 그리고——황후청 공문서 양식을 가져오세요. 오늘 밤 안에 작성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마르타가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렸다. 조용하고 빠른 발소리였다. 이 여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공문서 양식은 오래된 서체로 인쇄되어 있었다. 황후의 권한 범주. 봉토 관리 요청. 에델슈타인 회계 장부 소환.
전생에서 한 번도 건드린 적 없는 권한들이었다.
황후는 장식이었다. 황후의 봉토는 황제가 지정한 관리인이 독자적으로 운영했다. 황후는 서명할 권리가 있었지만, 관행적으로 서명하지 않았다. 서명하지 않는 권한은 없는 것과 같았다.
이번 생에서는 달랐다.
엘리제는 공문서 상단에 펜을 대었다. 황후 엘리제 루벤 폰 에델슈타인은 봉토 관리에 관한 황후 직속 감사를 위해 다음 사항을 요청한다——
요청이 아니라 통보로. 문의가 아니라 명령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골랐다.
공문서는 세 장이 되었다. 회계 장부 즉시 이관. 에델슈타인 관리인 황후궁 출두. 봉토 내 고용 인부 명단 및 최근 3년간 수입지출 전액 보고.
마르타가 완성된 서류를 받아들고 잠시 멈추었다.
「폐하. 관리인이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거부할 수 없습니다.」 엘리제는 손가락으로 황후청 인장함을 가리켰다. 「제국법 황후령 14조. 봉토 내 황후 권한은 황제 명령에 우선한다. 단, 전쟁 상태를 제외하고.」
마르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폐하께서 황후령 14조를 아시는지 몰랐습니다.」
엘리제는 답하지 않았다. 인장을 공문서에 눌렀다. 밀랍이 굳는 소리가 서재에 울렸다. 단단하고 선명한 소리였다.
연대기의 눈이 홍채 위에서 미세하게 빛났다.
【에델슈타인 봉토 관리인 소환 성공 확률 — 84.3%】
84%. 충분했다. 나머지 15.7%는 관리인이 선제후 연합과 연결된 경우였다. 그것은 그것대로 정보가 된다.
문양이 사라지며 뒷목이 당겼다. 기억 소실보다 먼저 오는 예비 신호. 이제는 알아챌 수 있었다.
*
다음 날 오전, 재무성 청사 복도에서 루카스 폰 아이헨을 처음 보았다.
정확히는 발견했다는 편이 맞았다.
대기실 창을 통해 복도가 보였다. 20대 초반. 서기관 제복. 팔에 두꺼운 장부 묶음을 안고 허리를 굽혀 바닥에 흩어진 서류를 줍고 있었다. 혼자였다. 주변을 지나치는 관료들이 아무도 돕지 않았다.
서류를 주우면서도 그의 입술은 움직이고 있었다. 중얼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숫자를 읽고 있었다. 바닥에 흩어진 채로도, 어떤 장이 어디에 속하는지 파악하며 순서대로 집어 들고 있었다.
재무성 청사 안에는 석회 가루 냄새가 났다. 오래된 양피지와 잉크 냄새가 섞인. 루카스의 장부 묶음이 햇빛을 받아 먼지를 일으켰다. 그 먼지 안에서 그는 멈추지 않았다.
마르타가 조용히 물었다. 「저 서기관이 궁금하십니까, 폐하.」
「이름을 알아오세요.」
「예. 다만, 폐하——저 서기관은 가문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3년 전 작위가 소멸된 아이헨 남작가의 서자입니다.」
가문이 없다는 것은 팔지 않아도 될 충성이 없다는 뜻이었다.
루카스가 대기실 안으로 안내되었다. 황후를 보자 멈추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장부 묶음을 팔에서 탁자 위로 내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황후 폐하. 루카스 폰 아이헨이라 합니다. 어떤 자료를 열람하시겠습니까.」
엘리제는 요청서를 건넸다. 루카스가 읽었다.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에델슈타인 봉토 최근 5년 감사 결과 사본, 광업권 계약 원본 사본, 연도별 수입지출 비교 요약표.」 잠시 멈추었다. 「요약표는 이 자리에서 작성해 드려야 합니다. 시간이 1시간 정도 필요합니다.」
「괜찮습니다.」
루카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장부를 펼치고 수치를 읽고 중간 계산 없이 요약 수치를 적어 내려갔다. 20분이 지났다. 요약표가 완성되었다.
엘리제는 표를 들었다. 숫자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줄 중간에——
「여기.」 그녀는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었다. 「3년 전 폐광 붕괴 복구비, 금화 2,800냥. 이 수치가 같은 해 인부 고용 비용과 이중으로 처리되어 있군요.」
루카스가 표를 다시 보았다. 시간이 2초 걸렸다. 「……맞습니다.」
「단순 오류입니까.」
루카스의 시선이 표에서 올라와 황후를 향했다. 처음으로, 직접.
「단순 오류라면 동일 항목이 3년 연속 반복되지 않습니다.」
정확했다.
엘리제는 표를 내려놓았다. 마르타가 이미 황후청 임시 발령 공문서를 꺼내 들고 있었다. 오늘 아침 황후궁을 나서기 전에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루카스 폰 아이헨.」
「예, 폐하.」
「오늘부터 황후청 임시 서기로 발령합니다. 이견이 있습니까.」
루카스가 공문서를 받아 들었다. 잠시 읽었다.
「이견이라기보다.」 그가 말했다. 「황후청 임시직이라면, 재무성 감사 자료 접근 권한이 어느 수준까지 허용됩니까.」
황후에게 조건을 물은 것이었다. 충성이 아니라 권한을.
엘리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소리 없이.
「필요한 만큼입니다.」
*
오후, 황후궁으로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루카스는 장부 사본과 요약표를 무릎 위에 올리고 계속 숫자를 읽고 있었다.
마차 창밖으로 솔라리스의 거리가 흘렀다. 상단의 짐마차, 행상, 귀족 부인의 가마. 도시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 돌아가는 방식을, 엘리제는 이제 다르게 읽었다. 돈이 어디서 어디로 흐르는지. 누가 누구에게 묶여 있는지.
마르타가 귀에 조용히 말했다. 「폐하, 황제 폐하께서 황후청 인사 발령에 대해 보고받으실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의를 제기하실 수 있습니다.」
「이의를 제기하시면——」 엘리제는 창밖을 보았다. 「황후가 봉토 관리를 위해 서기 한 명을 임시 고용하는 것이 황제 명령 위반이 됩니까.」
마르타가 답하지 않았다. 답이 없는 질문이었으니까.
카일루스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법적 근거가 없다. 그리고 법적 근거를 만들려 한다면——그것은 황후 봉토 권한을 공개적으로 제한하는 행위가 된다. 선제후 연합이 그 빈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마차가 황후궁 정문에 멈추었다. 루카스가 장부 묶음을 팔에 안으며 내렸다. 정문 위 황후궁 인장이 석양을 받아 빛났다.
사랑은 족쇄였다. 봉토는 열쇠였다.
그때, 마르타가 조용히 말했다.
「폐하. 재무성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 루카스가 열람한 비공식 경위서——블랙챔버 감찰 목록에 포함된 파일이었습니다.」
엘리제는 발을 멈추었다.
「언제까지입니까.」
「블랙챔버 정기 보고 주기는 이틀입니다.」 마르타가 말했다. 「내일 밤이 마감입니다.」
이틀.
엘리제는 정문 안으로 걸어갔다. 루카스에게 말했다.
「저녁 전까지 폐광 붕괴복구비 3년치 내역을 분리해 정리해 두세요. 인부 고용 내역 대조표도 함께. 내일 밤 전에 끝내야 합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됩니까.」
「블랙챔버 보고서가 올라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완성해야 합니다.」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걷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황후청 인장이 내일 밤 전에 장부 위에 내려찍힌다.
블랙챔버의 보고서보다 먼저.
그것이 처음이었다. 이 제국에서 황후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