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139km의 의미
입단 명단에 이름이 있었다.
강시우. 투수.
김철수. 포수.
열두 명 중 아홉이 통과했다. 감독의 기준은 단순했다. 체력이 안 되면 가르칠 가치가 없다.
틀린 기준이지만, 이번에는 나에게 유리하게 작동했다.
입단 첫날. 글러브, 모자, 번호 없는 연습 유니폼을 받았다. 번호를 받으려면 증명하라는 뜻이다.
증명은 할 예정이다. 내 방식으로.
*
오후 훈련. 코치가 신입 투수 셋을 불펜으로 보냈다.
"10구씩. 기본 직구만. 힘 빼고 컨트롤 먼저."
포수석에 앉은 건 김철수였다. 신입 포수는 그 하나뿐이었으니까.
눈이 마주쳤다. 철수가 미트를 내밀었다. 정면. 감정 없는 위치. 어디든 던져보라는 뜻이었다.
좋다.
첫 번째 투수가 올라갔다. 큰 키, 긴 팔. 감독이 좋아하는 스타일. 공이 나갔다. 미트 소리가 괜찮았지만 릴리스가 불안정했다.
스피드건.
131.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1 치고 나쁘지 않은 수치.
두 번째 투수. 키가 작았다. 컴팩트한 폼. 팔 스윙이 빨랐다. 미트 소리가 짧고 날카로웠다.
스피드건.
134.
코치가 눈썹을 올렸다. 신입생 134는 눈에 띄는 수치다. 옆에서 보고 있던 2학년 에이스가 고개를 돌렸다. 불쾌한 눈이었다. 영역이 침범당하는 느낌.
감독이 불펜 쪽으로 걸어왔다.
내 차례였다.
*
마운드에 올라갔다.
발끝이 러버에 닿는 감각. 16살의 발. 28살의 기억. 이 감각의 괴리를 좁히는 데 3초가 걸렸다.
로진백을 집었다. 손바닥에 가루가 묻었다. 공을 잡았다. 포심 그립. 검지와 중지를 솔기 위에 올렸다.
이 그립을 완성하는 데 전생에서 3년이 걸렸다. 지금은 3초.
철수가 미트를 냈다. 몸 쪽 낮은 곳. 코스를 지정한 것이다. 아까 다른 투수들에게는 정면을 내밀었다. 나에게는 코스를 줬다.
아침에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 포수는 관찰한다. 그리고 판단한다.
첫 공.
세트 포지션에서 갔다. 하체를 먼저 움직였다. 스트라이드를 신장의 80%로 제한했다. 팔꿈치가 어깨 높이를 넘지 않도록 했다.
공이 나갔다.
미트가 움직이지 않았다.
철수의 미트가 미세하게 흔들렸을 뿐, 위치가 바뀌지 않았다. 공이 정확히 제시한 코스에 꽂혔다.
스피드건이 찍혔다.
139.
*
불펜이 조용해졌다.
코치가 스피드건을 다시 봤다. 옆에 서 있던 2학년 에이스가 입을 벌렸다. 방금 134를 던진 신입생이 나를 돌아봤다.
139. 고1 첫 불펜에서 139.
나는 로진백을 다시 집었다.
"계속 던져."
감독의 목소리였다. 언제 와 있었는지, 불펜 그물 뒤에 서 있었다.
2구째. 같은 코스. 같은 메카닉.
139.
3구째.
139.
4구째. 철수가 코스를 바꿨다. 바깥쪽 높은 곳. 난이도가 올라갔다. 릴리스 포인트를 0.5cm 올렸다.
미트에 꽂혔다.
138.
5구째. 다시 몸 쪽 낮은 곳.
140.
불펜이 완전히 멈춰 있었다. 다른 투수들이 공을 멈추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2학년들도. 코치도.
10구를 다 던졌다. 평균 구속 139.2. 최고 구속 140.
공을 내려놓았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감독이 그물 뒤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
"느려."
감독의 첫 마디였다.
코치가 감독을 봤다. 2학년 에이스가 감독을 봤다. 방금 139를 찍은 신입생에게 하는 말치고는 의외였을 것이다.
"컨트롤은 괜찮다. 하지만 구속이 답답해. 프로에서 139는 의미 없어. 힘을 더 써. 내 방식대로 메카닉 교정하면 145는 나올 거야."
나오지 않는다.
그 방식대로 힘을 풀면 메카닉이 무너진다. 회전 효율이 떨어진다. 139보다 못한 공이 된다.
말해야 하나.
아직 말할 때가 아닌데.
하지만 입을 열었다. 감독의 "내 방식대로"라는 한 마디가 위장 아래를 건드렸다. 전생에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 그 방식대로 던졌다. 그래서 팔이 나갔다.
"감독님."
불펜이 조용했다.
"제 공의 회전 효율은 98%입니다."
감독의 눈썹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이 얼마나 깨끗하게 회전하느냐를 수치로 나타낸 겁니다. 100%가 완벽한 역회전이에요. 98%의 139km는 타자가 체감하는 구속으로 143에 가깝습니다. 공이 덜 떨어지니까요. 타자 눈에는 뜨는 것처럼 보입니다."
감독이 나를 봤다. 이번에는 1초가 아니었다. 5초. 눈이 좁아졌다.
"...네가 그걸 증명할 수 있어?"
증명. 좋은 단어였다.
"장비 창고에 랩소도가 있습니다. 제 공을 측정해 주십시오. 회전 효율, 구속, 전부 숫자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감독의 표정이 굳었다.
랩소도. 창고에 처박혀 있던 기계. 아무도 쓸 줄 몰라서 먼지만 쌓이고 있던 기계. 그 기계의 이름을 신입생이 알고 있다.
5초.
10초.
"...내일 불펜 시간에 가져와."
허가가 떨어졌다.
*
훈련이 끝나고 장비를 정리하는데, 철수가 다가왔다.
미트를 벗으면서 한 마디.
"네 공."
"네."
"미트가 안 밀렸어."
포수가 공을 받을 때 미트가 밀리지 않는다는 건 두 가지 의미다. 컨트롤이 정확하다. 그리고 공의 궤적이 일직선에 가깝다.
그것이 회전 효율 98%의 의미다.
"내일 랩소도로 측정하면 숫자로 보여줄게요."
철수가 나를 봤다. 아침에 울타리 앞에서 봤을 때와 같은 눈. 측정하는 눈.
"...넌 좀 이상한 놈이네."
그 말이 신뢰는 아니었다. 하지만 관심은 맞다.
관심이면 충분하다. 신뢰는 데이터가 만든다.
장비를 정리하고 운동장을 나서는데, 등 뒤에서 코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독님, 저 신입생 괜찮지 않습니까? 139에 컨트롤이면..."
감독의 대답이 바람을 타고 들렸다.
"139로는 모자라. 내 방식대로 교정하면 145가 나온다. 그 놈도 결국 내 야구를 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내 야구.
전생에서 그 "내 야구"가 내 팔꿈치를 끊었다.
그리고 내일, 랩소도가 감독의 야구가 틀렸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한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느꼈다. 억지로 내리지 않았다.
감독이 "내 방식대로"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른쪽 어깨. 오래된 부상. 한 번 포기한 투수.
알아야 한다. 이길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3월의 바람이 등을 밀었다.
"150? 가능합니다."
소리 내어 말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28살의 확신으로.
단, 팔을 태우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