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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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은 칼끝이었다. 이제 칼자루를 잡아야 한다.
모니터 왼쪽은 실시간 검색어. '강이준 내 여자' 1위. 8시간째. 이 업계에서 검색어가 8시간 동안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사건이거나 사고. 이준은 그것을 사건으로 만들었다. 사고가 되기 전에.
모니터 왼쪽은 실시간 검색어. '강이준 내 여자' 1위. 8시간째. 이 업계에서 검색어가 8시간 동안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사건이거나 사고. 이준은 그것을 사건으로 만들었다. 사고가 되기 전에.
오른쪽 모니터에는 '내 여자' 영상의 확산 데이터가 떠 있었다. 조회수 870만. 공유 42만. 댓글 18만. 숫자가 아직 올라가고 있었다. 이준은 댓글의 흐름을 읽었다.
— 강이준 진심인 거 맞지? 눈 봐라
— 연기 아니냐 배우잖아 ㅋㅋ
— 연기든 뭐든 저 한마디면 끝이지
— 서은아 표정 보면 진심 같은데
— 근데 조수석 대역 건은? 아직 안 풀렸잖아
마지막 댓글. '조수석 대역 건은 아직 안 풀렸잖아.' 이준은 그 문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맞았다. '내 여자'가 조작 프레임을 밀어냈지만 지운 것은 아니었다. 밀린 것은 돌아온다. 밀어낸 힘이 약해지면. 지금은 870만의 힘으로 밀려나 있지만 내일, 모레, 그 힘이 줄면 조수석 여성 건이 다시 올라온다.
그리고 최지훈의 문자. '본인 제보.' 조수석 여성 본인이 나선다. 추측이 증언이 된다. 증언은 추측과 무게가 다르다. 추측은 삭제할 수 있지만 증언은 기록이 된다.
이준은 서재 의자에 등을 기댔다. 천장을 보았다. 천장에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했다. 하지만 이준은 가끔 천장에 답이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했다. 15년 동안 그런 적은 없었는데. 착각이 늘어나고 있었다. 3초 안에 정리되지 않는 것들과 함께.
오전 7시. 블랙홀 본사 회의실.
이민재가 '내 여자' 영상 확산 데이터 분석을 발표하고 있었다. 스크린에 파이 차트. 긍정 52%, 부정 28%, 중립 20%. 5화 공식 인정 때(긍정 34%)보다 18%포인트 상승. '내 여자'의 힘이었다.
"긍정 중 '진심' 키워드가 31%로 가장 높고, '멋있다'가 18%, '부럽다'가 12%입니다. 부정은 '연기' 키워드가 14%, '조작'이 9%로 떨어졌습니다."
이민재가 보고했다. 조작 프레임이 9%까지 떨어진 것은 좋은 소식이었다. 5화에서 12%, 6화에서 15%까지 올랐던 것이 9%로. '내 여자' 한 문장이 6%포인트를 지운 것이었다. 하지만 9%는 0%가 아니었다. 씨앗은 남아 있었다.
박대건이 자리에 없었다. 대표실에 있다고 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준은 그 부재를 기록해두었다. 박대건의 부재에는 항상 의미가 있었다. 참석하지 않는 것이 참석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사람이니까.
"다음 리스크 요소입니다."
이민재가 스크린을 바꿨다.
"첫째, 차서린 인터뷰. 오늘 저녁 6시 웹 선행 공개 예정. 둘째, 조수석 여성 본인 제보 기사. 팩트인사이트가 아닌 다른 매체에서 진행 중. 셋째, 파파라치 김형우의 추가 사진 유출 가능성."
세 개의 폭탄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차서린 인터뷰는 오늘 저녁. 조수석 여성 기사는 시기 미정. 김형우의 사진은 언제든. 이준은 세 개의 타이밍을 머릿속에 배치했다. 가장 먼저 터질 것은 차서린. 가장 위험한 것은 조수석 여성. 가장 예측 불가능한 것은 김형우.
"대응 방향은요."
"차서린 인터뷰는 침묵입니다. 반응하면 관심이 분산됩니다. 조수석 여성 건은 — "
이민재가 말을 멈췄다. 이 건에 대한 대응은 이민재의 권한 밖이었다. 박대건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박대건은 자리에 없었다.
이준이 말했다.
"제가 처리합니다."
이민재가 이준을 보았다. 3초의 침묵. 이민재는 PR팀장으로 10년을 일한 사람이었다. '제가 처리합니다'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박대건을 거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이준은 치프 매니저에게 전화했다. 7화에서 차량 운행 기록을 보내온 사람. 박대건 바로 아래.
"12월 31일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3초의 침묵. 치프 매니저의 침묵은 최지훈의 침묵과 달랐다. 최지훈은 저울질이었다. 치프 매니저의 침묵은 — 두려움이었다.
"이준 씨, 그건… 대표님 승인이 필요합니다."
"대표님이 막고 있다는 뜻입니까."
또 침묵. 5초. 이준이 아는 한 치프 매니저가 5초간 침묵한 적은 없었다. 5초는 이 업계에서 영원이었다.
"…막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블랙박스 영상이 '보존 상태'가 아닙니다. 상태가 확인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보존 상태가 아니다. 삭제되었다는 뜻인가. 덮어쓰기 되었다는 뜻인가. 아니면 '보존 상태가 아니다'라는 말 자체가 박대건이 시킨 대답인가.
이준은 전화를 끊었다. 박대건의 차단을 다시 느꼈다. 7화에서도 느꼈고 지금도 느끼고 있었다. 조수석 여성의 정체에 이준이 접근하는 것을 박대건이 막고 있었다. 왜? 이준이 알면 안 되는 것인가. 알면 판이 무너지는 것인가. 아니면 — 알면 박대건이 무너지는 것인가.
세 번째 가능성이 떠올랐을 때, 이준은 처음으로 박대건을 적으로 상정했다. 15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상정이었다.
오전 10시. 이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서은아.
이준은 3초간 화면을 보았다. 서은아가 먼저 전화를 건 것은 처음이었다. 계약서에는 '연락은 매니지먼트 라인을 통할 것'이라는 조항이 있었다. 직접 전화는 조항 밖이었다. 서은아가 조항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전화를 받았다.
"강이준 씨."
서은아의 목소리는 고요했다. 하지만 고요함의 질이 달랐다. 누아르에서의 고요함은 결심이었다. 지금의 고요함은 — 주도였다. 결심과 주도는 같은 방향이지만 속도가 달랐다. 주도는 결심보다 빨랐다.
"우리가 먼저 움직이면 어떨까요."
이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듣고 있었다.
"조수석 여성 기사가 나오면 우리가 방어하는 입장이 돼요. 방어는 지는 거예요. 우리가 먼저 찍히면, 그쪽 기사는 힘이 빠져요."
이준은 서은아의 말을 분석했다. '우리가 먼저 찍히면.' 동선을 먼저 공개하겠다는 뜻이었다. 공식 첫 데이트. 열애 인정 후 첫 공개 외출. 그 이미지가 포털을 장악하면, 조수석 여성 기사는 뒤늦게 올라와도 관심이 분산된다. 서은아의 계산이었다. '계산은 할 줄 안다'고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 이번엔 우리가 프레임을 잡죠."
이준이 말했다. '우리'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3화까지는 '나'와 '당신'이었다. 7화에서 '우린 프로잖아요'라고 했을 때 처음 '우리'를 썼다. 지금은 서은아가 먼저 '우리'를 쓰고, 이준이 따라갔다. 언제부터 따라가는 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늘 오후요. 한강. 걷는 거예요. 카메라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진짜 데이트처럼."
진짜 데이트처럼. 이준은 그 말에서 '처럼'을 떼어놓고 보았다. 처럼을 떼면 '진짜 데이트'가 남았다. 이준은 '처럼'을 다시 붙였다. 떼어놓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한강이요?"
"네. 잠원 한강공원이요."
이준의 손이 멈췄다. 잠원. 기사 사진이 찍힌 곳. 12월 31일 차량 운행 기록에는 경유 기록이 없는 곳. 서은아가 왜 하필 잠원을 택했는가. 우연인가. 의도인가.
"…왜 잠원입니까."
2초의 침묵. 서은아의 침묵은 이준의 침묵과 달랐다. 이준의 침묵은 계산이었다. 서은아의 침묵은 — 선택이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 고르는 시간.
"…그냥이요. 숙소에서 가까워서."
이준은 그 대답을 믿지 않았다. '그냥'이라는 단어는 이유를 숨길 때 쓰는 단어였다. 서은아가 잠원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추궁할 타이밍은 아니었다. 타이밍은 이준의 영역이었다.
"좋습니다. 오후 2시. 잠원 한강공원."
전화를 끊었다. 이준은 창밖을 보았다. 서재 창문 너머로 한남동의 풍경. 멀리 한강이 보였다. 잠원은 저기 어딘가에 있었다. 12월 31일의 기억이 있는 곳. 아니 — 기억이 없는 곳. 기억의 구멍이 있는 곳.
오늘 그곳을 걷는다. 서은아와 함께. 가짜 데이트로. 기억의 구멍 위를.
오후 2시. 잠원 한강공원.
1월의 한강은 회색이었다. 물도, 하늘도, 바람도. 유일한 색은 두 사람이었다. 이준의 검은 코트와 서은아의 베이지 머플러. 도윤이 50미터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카메라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었다. 김형우의 카메라일 수도 있고, 일반인의 스마트폰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찍히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걸었다. 손을 잡지 않았다. 오늘은 잡지 않기로 했다. 서은아가 제안했다. '손을 잡으면 연출처럼 보여요. 나란히 걷기만 해요.' 맞는 판단이었다. 7화에서 손을 잡은 사진이 이미 퍼져 있었다. 같은 이미지를 반복하면 연출로 읽힌다. 다른 이미지가 필요했다. 나란히 걷는 것. 말하는 것. 웃는 것. 일상의 이미지.
문제는 이준이 일상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15년 동안 카메라 앞의 이준은 있었지만 카메라 없는 이준은 없었다. 일상적인 대화. 일상적인 걸음. 일상적인 웃음. 전부 모르는 것이었다.
"뭐 좋아해요?"
서은아가 물었다. 이준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뭘요."
"음식이요. 아니면 영화. 아니면 뭐든. 평소에 뭐 해요?"
이준은 3초간 생각했다.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말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15년 동안 좋아하는 것을 물어본 사람이 없었다. 인터뷰에서는 물었지만 그것은 캐릭터의 대답이었다. 이준 자신의 대답이 아니었다.
"…영화요."
"뭐 장르?"
"느와르."
서은아가 웃었다.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 누아르에서도, 리허설에서도, 라운지에서도 보지 못한 웃음.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이 좁아지고, 어깨가 살짝 올라갔다. 좁은 어깨가 올라가면 웃음이 몸 전체로 퍼진다는 것을 이준은 처음 알았다.
"누아르에서 만나서 느와르 좋아하면… 좀 웃기지 않아요?"
이준은 웃지 않았다. 대신 입꼬리가 — 아주 조금 — 올라갔다. 0.5초. 의지가 아니라 반사. 서은아가 그것을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었다. 한강 위로 겨울 바람이 불었다. 말없이 걷는 시간이 3분, 5분, 7분. 침묵이 불편하지 않았다. 이준에게 침묵은 무기였다. 먼저 말하는 쪽이 지는 게임. 하지만 지금의 침묵은 게임이 아니었다. 가만히 옆에 있는 것. 그것뿐이었다. 이준은 그 '그것뿐'의 감각이 낯설었다.
걸으면서 이준은 주변을 보았다. 잠원 한강공원. 기사 사진이 찍힌 곳. 하지만 기억이 없었다. 12월 31일에 이 길을 걸은 적이 있는가. 차를 세운 적이 있는가. 누군가를 태운 적이 있는가. 모르겠다. 기억의 구멍은 여전히 메워지지 않았다.
서은아가 멈췄다. 벤치 앞에서. 강이 보이는 벤치.
"여기 앉아도 돼요?"
앉았다. 나란히. 한강이 앞에 펼쳐져 있었다. 회색 물 위에 회색 하늘. 그 사이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가짜 연인이. 진짜 데이트처럼.
서은아가 말했다.
"여기… 제가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 온 곳이에요."
이준은 서은아를 보았다. 서은아는 한강을 보고 있었다.
"연습생 때요. 숙소가 잠원 근처였어요. 연습 끝나면 여기 와서 앉았어요. 아무 생각 안 하고. 한강 보면 아무 생각이 안 나거든요."
이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듣고 있었다. 서은아가 '그냥'이라고 했던 이유를 알았다. 잠원은 숙소에서 가까운 곳이 아니라, 서은아의 시작이 있는 곳이었다. 연습생 때의 서은아. 빚이 없고, 해체가 없고, 계약서가 없던 시절의 서은아. 그때의 벤치에 지금 앉아 있었다.
이준은 한강을 보았다. 회색 물이 천천히 흘렀다.
"저도 한강을 좋아합니다."
진심이었다. 2화에서 한남대교를 걸을 때도 한강을 보았다. 명상 같기도 하고 도주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둘 다 아니었다. 그냥 — 옆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와.
이준은 그 감각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이름을 붙이면 통제해야 하고, 통제하면 사라지니까.
오후 3시 24분. 벤치에서 일어났다. 돌아가는 길.
이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최지훈.
[조수석 여성 본인 제보 기사, 내일 오전 10시 확정. 이번에는 못 막습니다.]
이준은 화면을 보았다. 내일 오전 10시. 24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서은아가 이준의 표정을 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이준은 서은아를 보았다. 말해야 하는가. 말하면 계약의 경계를 넘는다. 말하지 않으면 서은아가 준비 없이 맞게 된다. 8화에서 손이 떨리던 서은아. 준비 없이 맞으면 다시 떨릴 것이었다.
"…내일 기사가 하나 더 나옵니다. 조수석 여성 관련."
서은아의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3초.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어요."
이준은 멈췄다. 알고 있었다. 서은아가 알고 있었다. 조수석 여성 기사가 나올 것을.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인가. 기사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 조수석 여성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는 것인가.
"뭘 알고 있습니까."
서은아가 이준을 보았다. 한강 바람이 서은아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잠원 한강공원. 연습생 때 앉았던 벤치 앞. 서은아의 눈에 무엇인가가 있었다. 9화에서 읽었던 신뢰가 아니었다. 다른 것이었다. 갈등.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사람의 눈.
"…지금은 말할 수 없어요."
계약서. 14페이지. 이준보다 2페이지 많은 계약서. 그 2페이지가 서은아의 입을 막고 있었다. 이준은 그것을 알았다. 추궁하지 않았다. 추궁하면 서은아가 위험해진다. 5억의 즉시 상환. 이준은 서은아를 위험에 넣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계산인지 다른 무엇인지 구별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때가 되면 말씀해주세요."
서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붉어졌다. 울지 않았다. 프로니까. 하지만 이준은 알았다. 울지 않는 것과 울고 싶지 않은 것은 다르다는 것을.
두 사람이 차를 향해 걸었다. 도윤이 50미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을 열었다. 서은아가 먼저 탔다. 이준이 탔다. 문이 닫혔다.
도윤이 시동을 걸었다. 대시보드에 알림이 떴다.
[블랙박스 저장 용량 경고 — 오래된 파일이 덮어쓰기됩니다]
이준의 눈이 그 알림에 고정되었다. 블랙박스. 도윤의 차 블랙박스. 12월 31일의 기록이 이 안에 있을 수도 있었다. 치프 매니저가 '보존 상태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 그것은 회사 차량의 블랙박스였다. 도윤의 개인 차량 블랙박스는 다른 문제였다.
"도윤아."
"네, 형."
"12월 31일. 이 차 블랙박스 기록 남아 있어?"
도윤이 룸미러로 이준을 보았다. 3초. 도윤의 3초는 이준의 3초와 달랐다. 도윤의 3초는 충성이었다. 무엇을 대답해야 형에게 가장 이로운지 고르는 시간.
"…확인해볼게요."
차가 잠원 한강공원을 빠져나갔다. 한강이 차창 밖으로 멀어졌다. 서은아가 앉았던 벤치가 작아졌다. 서은아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이준도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같은 방향. 같은 한강. 하지만 보고 있는 것은 달랐을 것이다.
이준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모르는 번호.
[찾아보라 했죠. 이제 찾았어요?]
이준은 화면을 보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두 번째 떨림이었다. 첫 번째는 3화에서 최지훈의 '신원 확인 완료' 문자를 받았을 때. 두 번째는 지금.
'찾아보라 했죠.' 서은아가 3화에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 문자는 서은아에게서 온 것이 아니었다. 서은아는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을 만지지 않고 있었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러면 이 문자는 누가 보낸 것인가.
조수석 여성인가. 서은아 궤도 안의 인물. 대역이거나 스태프이거나. 내일 오전 10시에 본인 제보 기사로 나설 사람. 그 사람이 이준에게 직접 문자를 보낸 것인가.
이준은 창밖을 보았다. 서울의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한강이 멀어지고, 아파트가 가까워지고, 일상이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준의 세계에서 일상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가짜 연애의 첫 데이트가 끝났다. 가장 진짜처럼.
그리고 내일 — 진짜가, 가짜를 삼킬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