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황후, 회귀해서 제국을 선택한다
1화. 독약의 연회
나는 오늘, 독약이 든 잔을 다시 들었다.
나는 한 번 죽었다. 화형대 위에서, 남편의 명령으로. 쇠사슬이 손목을 물어뜯고, 연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왕좌에 앉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그 남자의 얼굴이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군중의 함성이었다. 그리고 — 눈을 떴다.
죽기 전날 밤의 연회장에서.
죽는 날의 냄새는 은은한 백합 향이었다. 전생에서도 그랬고, 이번 생에서도 연회장은 동일한 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샹들리에 수백 개가 쏟아내는 빛이 은식기 위에서 부서졌다. 삼백 명이 넘는 귀족들의 웃음소리가 천장의 아치에 부딪혀 돌아왔다.
엘리제는 손끝에 전해지는 은잔의 차가움을 느꼈다.
이 잔을 마시면 죽는다. 정확히는, 이 잔을 마신 뒤 독살 누명을 쓰고, 화형대에 올라 죽는다. 아버지는 참수당하고, 가문은 불타며, 모든 것이 끝난다. 세 살 때 뛰어놀던 정원도, 열여섯에 처음 본 눈꽃도,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보낸 서신도 — 전부. 그것이 전생의 결말이었다.
그리고 엘리제는 그 결말을 이미 한 번 겪었다.
눈을 떴다.
연회장이 선명했다. 화형대의 불꽃 대신, 제국 건국 470주년 기념 대연회의 찬란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황금빛 커튼이 기둥을 감싸고, 대리석 바닥에 태양 문양이 상감되어 빛나고 있었다.
연회장 최상단, 세 계단 위의 황좌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편. 황제. 그리고 전생에서 그녀의 화형 명령서에 인장을 찍은 자.
카일루스 루멘 솔라리스.
그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연회장 전체를 소유한 듯한 여유로운 미소. 가슴팍에서 금빛이 은은하게 맥동하고, 그 빛 아래에서 그의 얼굴은 신상(神像)처럼 완벽했다. 금빛 머리카락이 샹들리에의 조명을 받아 후광처럼 번졌다.
전생의 엘리제는 저 미소에 속았다.
이번 생의 엘리제는 저 미소가 몇 시간짜리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잔을 쥔 손에 미세하게 힘을 주었다. 심장 위에서 차가운 떨림이 일었다. 회귀와 함께 새겨진, 아직 대가를 다 치르지 않은 힘이었다.
그리고 — 발동했다.
연대기의 눈.
홍채 위로 금빛 문양이 피어올랐다. 세밀한 톱니바퀴와 시계 눈금 같은 문양이 청금색 눈동자 위에 겹쳐졌다. 눈앞의 풍경 위에 투명한 문자들이 떠올랐다. 숫자, 확률, 가능성이 빛의 파편처럼 흩어졌다.
[독살 모함 확률: 92.4%]
[잔 내 독성 반응: 미검출]
[2차 투독 경로: 좌측 세 번째 시녀 — 디저트 접시]
엘리제는 숫자들을 읽었다. 심장이 한 박자 강하게 뛰었지만, 얼굴에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10년간 황후의 가면을 쓴 전생이 남긴 유일한 유산이 이 무표정이었다.
92%. 전생과 동일한 확률. 하지만 경로가 달랐다. 전생에서 독은 이 잔에 있었다. 이번 생에서는 잔이 아니라 디저트에 있다. 회귀가 나비의 날갯짓처럼 세부를 바꾼 것이다.
8%의 변수. 그녀는 그 8%를 100%로 만들어야 했다.
문양이 사라지는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심장을 관통했다. 엘리제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 순간적으로, 귀가 멀었다.
0.5초.
연회장의 소음이 사라졌다. 대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제, 강해져라.」 그러나 그 목소리는 물에 잠긴 것처럼 뭉개져 있었다. 어릴 적부터 수천 번 들은 아버지의 음성이, 마치 두꺼운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기억이 값을 치렀다.
소리가 돌아왔다. 연회장의 웃음소리, 악기 소리, 잔이 부딪치는 소리. 엘리제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직은 괜찮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아직은.
'아직은'이라는 말에는 유효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엘리제는 연회장을 훑었다. 좌측 세 번째 시녀. 갈색 머리를 단정히 올리고, 디저트 접시를 쟁반에 올려 대기하고 있었다. 전생의 엘리제는 시녀의 얼굴 따위를 기억하지 못했다. 황후라는 자리에 취해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다르다.
그녀는 잔을 들어 올렸다.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가, 마치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돌렸다.
「폐하.」
연회장의 소음이 한 박자 줄었다. 황후가 황제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이 연회에서 처음이었다. 삼백 쌍의 귀가 동시에 기울었다.
카일루스의 시선이 내려왔다. 금색 눈동자 안에 순간적으로 스친 감정 — 흥미, 혹은 경계. 전생의 엘리제라면 읽지 못했을 빛이었다.
「오늘은 제가 먼저 마셔도 되겠습니까?」
목소리가 연회장에 또렷이 울렸다. 은잔을 든 손이 흔들림 없이 빛 속에 들려 있었다.
카일루스의 검지가 팔걸이를 한 번 두드렸다. 전생에서 이 남자가 불쾌할 때 보이는 습관이었다.
「……마시시오.」
허락이라기보다는 관찰이었다.
그녀는 잔에 입술을 댔다. 한 모금. 차가운 포도주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독은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몸은 정직해서 삼키는 순간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한 번 죽은 몸이 기억하는 공포는 머리가 아니라 살갗에 새겨져 있었다.
엘리제는 잔을 내려놓았다.
아니, 내려놓는 척했다.
손가락 끝에서 힘을 뺐다. 계산된 각도. 은잔이 탁자 모서리를 스치며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졌다. 맑은 금속음이 연회장을 가로질렀다. 포도주가 백색 대리석 위에 핏빛으로 번졌다.
삼백 쌍의 눈이 바닥을 보았다.
엘리제는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폐하. 손이 미끄러졌습니다.」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없었다. 형식적인 사과.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 연회장에서 엘리제 자신뿐이었다.
아니. 한 사람이 더 있었다.
*
엘리제의 시선이 연회장 좌측 끝으로 향했다.
세라핀 폰 발레리우스. 진홍빛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리고, 부채가 — 정확히 45도로 펼쳐져 있었다. 이 제국의 궁정 예법에 따르면 황후 앞에서 부채를 15도 이상 펼치는 것은 대화 거부. 30도를 넘기면 무례. 45도는 선전포고에 가까웠다.
전생에서 세라핀은 엘리제의 적이었다. 끝까지.
다만 지금, 세라핀의 눈이 바닥에 엎어진 은잔을 보고 있었다. 그 눈에 떠오른 감정은 경멸이 아니었다. 호기심이었다.
흥미로운 아이였다.
엘리제는 허리를 숙여 떨어진 잔을 직접 주웠다. 시녀가 달려오기 전에. 황후가 직접 바닥의 잔을 줍는 것은 궁정에서 수치가 아니라 선언이었다. 나는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는다.
주변의 귀족 부인 둘이 부채 뒤에서 수군거렸다. 전생에서 저 입들이 화형대 앞에서 무엇을 외쳤는지, 엘리제는 기억하고 있었다.
잔을 집어 든 순간, 손등에 포도주가 묻었다. 붉은 액체가 흰 장갑 위로 스며들었다. 전생에서 화형대의 불꽃이 장갑을 태웠을 때와 같은 위치.
심장이 조여왔다. 연대기의 눈의 대가. 과거의 감각이 현재의 몸 위에 겹쳐질 때마다, 심장에 가시가 박히는 통증이 왔다. 엘리제는 이를 악물었다. 표정은 바꾸지 않았다.
통증은 대가다. 대가 없는 힘은 없다.
그녀는 포도주 묻은 잔을 시녀에게 건넸다. 좌측 세 번째 시녀가 아닌, 우측 첫 번째 시녀에게.
「디저트는 사양하겠습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한마디. 하지만 이 한마디로 전생의 독살 경로는 차단되었다.
92%가 0%로 떨어지는 소리를 엘리제만 들었다.
*
연회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엘리제는 테라스로 향했다. 연회장의 백합 향 대신, 수도 솔라리스의 밤 — 돌과 풀과 먼 곳의 화로 냄새가 섞인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황궁의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격자형 도로를 따라 등불이 줄지어 빛나고, 그 너머로 성벽의 윤곽이 밤하늘에 잠겨 있었다.
엘리제는 난간에 손을 올렸다. 장갑 너머로 차가운 석재의 감촉.
살아 있다.
이 감각이 진짜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연회 내내 걸렸다. 전생의 마지막 기억은 화형대의 불꽃이었다. 쇠사슬이 손목을 물어뜯고, 연기가 폐를 채우고, 마지막으로 본 것은 황좌에 앉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카일루스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이 한 시간 전, 연회장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엘리제의 손이 난간을 쥐었다.
루벤 공작령. 아버지. 기사 36명. 영민들. 전생에서 잃은 모든 것의 목록이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아버지의 마지막 서신에는 '용서하거라'라고 적혀 있었다. 그 종이를 기사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불에 태워야 했던 기억이 손끝에 남아 있었다.
용서. 이번 생에 그 단어는 필요 없었다.
필요한 것은 하나. 황제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황제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는 것. 황후라는 자리에서 시작하되, 황후로 끝나지 않는 것.
엘리제는 난간에서 손을 뗐다. 머릿속에서 계획이 가지를 뻗기 시작했다. 에델슈타인. 전생에서 방치했던 봉토. 처형 직전, 감옥에서 간수가 술에 취해 흘린 한마디가 있었다. 그 영지 아래에 제국의 핵심 자원이 묻혀 있다는 것을, 전생의 엘리제는 죽기 직전에야 알았다.
이번 생에는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다.
「테라스는 춥지 않으십니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여유롭고, 소유욕이 실크처럼 감긴 목소리. 이 목소리가 전생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화형을 집행하라'였다.
「제국의 밤공기가 황후를 춥게 할 수는 없습니다, 폐하.」
카일루스가 테라스로 걸어 나왔다. 연회장의 빛을 등지고 선 실루엣이 길게 늘어졌다.
「오늘 연회에서 재미있는 것을 보았소.」
「잔을 떨어뜨린 것 말씀이십니까.」
침묵. 밤바람이 엘리제의 백금빛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엘리제는 침묵을 3초간 유지했다. 전생이라면 당황했을 것이다. 변명을 했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폐하, 손이 미끄러져서. 그리고 그 변명을 카일루스는 믿은 척하고, 속으로는 기록했을 것이다. 황후의 약점 하나.
이번 생의 엘리제는 미소를 지었다.
「폐하께서 재미있다고 느끼셨다면, 성공이군요.」
카일루스의 눈이 좁아졌다. 흥미와 경계가 동시에 스치는 눈. 전생에서 이 남자는 바로 이 눈으로 그녀를 관찰하다가, 결국 화형 명령서에 인장을 찍었다.
그리고 — 그의 시선이 엘리제의 손끝으로 내려갔다. 포도주를 닦아냈지만 아직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손. 카일루스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무언가를 말하려다 삼킨 것처럼. 0.5초의 망설임. 전생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반응이었다.
「언제부터 그런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소?」
「화형대에서 살아 돌아온 뒤부터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온 뒤에야, 엘리제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알았다. 회귀를 암시하는 말.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카일루스는 웃었다.
「농담을 하는 황후라니. 새롭군.」
농담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남자는 아직 그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전생에서 그것이 그녀를 죽였다. 이번 생에서는 그것이 그녀의 무기가 될 것이다.
「폐하. 내일, 봉토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카일루스의 미소가 1도 기울었다.
「봉토?」
「에델슈타인이요. 제 봉토입니다.」
전생에서 한 번도 꺼내지 않은 단어. 이 제국에서 영토에 대한 관심은 곧 권력에 대한 의지였다.
카일루스가 한 발짝 다가왔다. 차가운 금속 같은 체취가 밤바람에 실려왔다.
「갑자기 봉토에 관심이 생긴 이유를 들어도 되겠소?」
「관심이 아닙니다, 폐하. 의무입니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깊지도 얕지도 않은, 정확히 황후의 격에 맞는 각도. 돌아서서 연회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등 뒤로 카일루스의 시선이 꽂혔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볼 이유가 없었다. 전생에서 마지막으로 돌아봤을 때, 그 자리에는 화형대의 불꽃만 있었으니까.
*
침전으로 돌아온 엘리제는 장갑을 벗었다.
포도주 자국이 마르며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전생의 핏빛과 같은 색.
시녀들을 물린 뒤, 창가에 섰다. 에테르니아 제국의 황도 솔라리스가 유리창 너머로 펼쳐져 있었다. 격자형 도시의 등불이 별처럼 규칙적으로 반짝였다.
연대기의 눈이 마지막으로 한 번 깜빡였다.
[에델슈타인 봉토 핵심 자원 매장 확률: 97.8%]
[루벤 공작령 멸문까지 남은 시간: 약 3년]
[현재 엘리제의 제국 내 정치적 영향력: 측정 불가 — 0에 수렴]
0에 수렴.
엘리제는 그 숫자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소리 없이, 입술만으로.
0에서 시작한다. 좋다. 전생에서는 사랑에서 시작해서 0으로 끝났다. 이번 생에는 0에서 시작해서 제국으로 끝내겠다.
그녀는 장갑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탁자를 세 번 두드렸다. 결단의 습관.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내일부터 시작이다. 한 수씩, 한 수씩 놓아서 이 제국의 판을 뒤집는다.
창밖으로 솔라리스의 야경이 고요했다. 장갑 위의 포도주 자국이 촛불 아래에서 검붉게 빛났다.
그리고 엘리제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오늘 밤, 연회장 바닥에 엎어진 포도주를 닦아낸 시녀가 — 좌측 세 번째 시녀가 — 자정이 지나기 전에 황궁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독은 잔에 있지 않았다.
독은 이미 다른 곳에서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