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그림자의 침투
차 문이 닫혔다.
도현은 뒷좌석에 앉았다. 앉았다기보다 무릎이 접혀서 주저앉은 것에 가까웠다. 가죽 시트가 등을 받쳤다. 72시간 동안 기대고 있던 콘크리트 벽과는 다른 감촉——부드럽고, 따뜻하고, 낯설었다.
이준이 운전석에 앉았다. 문을 닫는 소리가 정확했다. 세게도, 약하게도 아닌——필요한 만큼의 소리. 백미러를 조정하지 않았다. 이미 맞춰져 있었다. 도현을 태울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병원으로 갑니다."
"회사로 가."
"손목 봉합이 필요합니다."
"회사로 가라고 했어."
룸미러 속에서 이준의 눈이 도현을 보았다. 0.5초. 시선을 내리깔지 않았다. 경호원은 대상자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 그것이 규범이었다.
이준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병원으로 갑니다."
같은 문장, 같은 톤. 그런데 무게가 달랐다. 건의가 아니라 결정이었다.
언제부터 이 사람이 결정권을 가졌지.
반박하려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입술이 갈라진 곳에서 피가 번지는 감각이 왔고——
철 냄새.
자신의 피에서 나는 철 냄새가 폐공장의 철 냄새와 겹쳤다. 시야가 흔들렸다. 콘크리트 바닥이 보였다. 물방울 소리가 들렸다. 케이블 타이가——
도현은 자신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이미 풀려 있는 손목을. 손톱이 살을 파고들 때까지. 통증이 현실을 돌려놓았다.
이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현의 발작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반응하지 않았다. 놀라지도, 걱정하지도.
보고도 모른 척하는 건가, 예상하고 있었던 건가.
*
병원은 강남이었다.
대학병원이 아니었다. 간판 없는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입구. 재벌가와 정치인이 사용하는 사설 응급실. 기록이 남지 않는 곳.
이준이 먼저 내렸다. 손을 내밀었다.
도현은 그 손을 무시하고 혼자 내렸다. 왼쪽 무릎이 휘청거렸지만 잡히지는 않았다.
복도가 하얬다. 형광등 불빛이 72시간의 어둠과 정반대였다. 동공이 비명을 질렀다.
이준이 반 걸음 앞에서 걸었다. 뒤가 아니라 앞. 도현의 동선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도현이 보게 될 것을 먼저 확인하는 걸음이었다.
"2번 룸입니다."
안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 미리 연락을 받았다는 뜻이다. 구출되기 전에? 동시에?
이 남자는 구출 전에 병원을 잡아두었다.
자신감이 아니었다. 구출이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한 계산.
의사가 다가왔다. 50대 초반, 안경.
"이름." 도현이 말했다. 의사가 멈칫했다.
"한양의원 원장 최——"
"화성그룹과의 계약 이력."
의사의 눈이 이준 쪽으로 향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시선. 이준은 문 옆에 서서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의사는 혼자 판단해야 했다.
"......7년째입니다."
7년. 도현이 화성그룹에 합류하기 전부터. 아버지의 사람이거나 보안팀 지정 의료진이거나. 어느 쪽이든 이준의 라인이 아닌 별도의 계통에서 관리되는 자원이었다.
그런데 이준이 이 병원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의사가 이준을 알고 있었다.
*
봉합은 12바늘이었다.
도현은 마취 없이 받았다. 통증이 필요했다. 의식을 잡아두는 닻으로.
바늘이 살을 통과하는 동안, 도현은 이준을 관찰했다.
문 경첩 반대쪽에 서 있었다——문이 열릴 때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위치. 오른손이 허벅지 바깥쪽에 밀착. 무기 접근 자세. 병원 안에서도.
시선이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3초마다 문. 5초마다 창문. 7초마다 도현. 기계가 아니라 습관. 수천 번 반복한 사람의 패턴.
봉합이 끝났다.
의사가 물러섰다. 간호사가 붕대를 감았다. 이준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 한 걸음이 멈추는 순간——이준의 시선이 도현의 손목에 머물렀다.
봉합 자리 위에 감긴 하얀 붕대. 0.5초. 아니, 그보다 길었다. 7초 주기로 문과 창과 도현을 오가던 시선이, 그곳에서만 멈추어 있었다.
도현은 그것을 보았다.
훈련받은 남자의 시선이 규칙을 깨는 순간. 경계도, 점검도 아닌 무언가. 이름 붙일 수 없는 정지.
이건 뭐지.
그러나 이준은 이미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종이컵을 들고 있었다. 물. 언제 준비한 건지 보지 못했다.
도현은 물을 받았다. 손이 떨렸다.
72시간 동안 물을 두 번 받았다. 납치범에게서.
그리고 지금, 세 번째를 경호원에게서.
누군가가 건네는 물을 받는 행위. 그 안에 깔린 의존의 구조. 도현은 물을 마시지 않고 옆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
새벽 3시.
도현은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형광등을 껐다. 어두워지자 철 냄새가 돌아왔다. 냄새가 아니라 기억이었다.
문이 열렸다.
소리가 없었다.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으로 알았다.
이준이었다.
"교대는."
"블랙팀 인수인계가 아직 안 됐습니다."
인수인계가 안 됐다는 것은, 블랙팀이 이준의 단독 작전을 공식 체계에 합류시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이 남자는 지금 어떤 라인에도 속해 있지 않다.
보안팀 명령 없이 움직이고, 병원을 자체 확보한 경호원. 그것은 두 가지 의미였다. 위험이거나, 기회이거나.
의자를 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도현과 문 사이. 이 남자가 무엇으로부터 지키고 있는 건지, 무엇으로부터 가두고 있는 건지.
병원이라는 공간은 안전해야 했다. 하지만 도현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72시간이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안전이라는 감각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불쾌했다.
어둠 속에서 이준의 호흡이 들렸다. 규칙적이고, 깊고, 통제된.
도현은 그 호흡을 세기 시작했다. 물방울 대신.
어느 순간——자신이 그 호흡에 맞춰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현은 눈을 떴다.
"도련님."
어둠 속에서 이준의 목소리. 도현이 잠들지 못한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
"저를 보십시오."
도현은 고개를 돌렸다. 비상등의 희미한 빛이 이준의 눈에만 닿아 있었다. 시선을 내리깔지 않고 있었다. 두 번째.
도현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피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차도현이었다.
그런데 시선을 마주한 순간——72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