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수면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오게 두지 않았다.
비상등의 깜빡임이 천장에 규칙을 만들었다. 1.2초 간격. 도현은 그 간격을 세는 자신을 발견했다. 폐공장에서 물방울을 세던 것과 같은 행위. 닻. 버티기 위한 계산.
차이가 있다면, 지금은 손목이 묶여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문 옆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것.
이준은 의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잠든 것은 아니었다. 잠든 사람의 호흡은 불규칙하다. 이 남자의 호흡은 설계된 것처럼 정확했다.
노트가 침대 옆 테이블에 있었다. 네 개의 이름이 적힌 마지막 페이지. 박성호. 김재훈. 이준. 오영민.
도현은 그 이름들을 외우고 있었다. 외울 필요도 없이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 이름 대신 다른 것이 떠올랐다. 콘크리트. 물방울. 케이블 타이가 살을 파고드는 감각.
잠들면, 그 72시간이 다시 시작된다.
도현은 눈을 떴다. 비상등이 깜빡였다. 1.2초.
세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
새벽 2시.
간호사가 들어왔다. 노크 없이. 도현은 그 소리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어깨가 굳고, 손이 시트를 움켜쥐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 폐공장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것도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혈압 체크요."
간호사의 목소리가 밝았다. 새벽 2시에 밝은 목소리——환자를 안심시키는 매뉴얼. 도현은 그 분석으로 공포를 밀어냈다.
혈압 커프가 팔뚝을 감쌌다. 조여지는 감각. 괜찮았다. 팔뚝이었다.
그런데 간호사가 커프를 풀 때, 손가락이 붕대에 스쳤다. 왼쪽 손목. 봉합 자리.
철 냄새.
붕대 안쪽에서 올라온 냄새였다. 소독약과 피가 섞인 냄새. 그 냄새가 코를 찌른 순간——시야가 접혔다.
콘크리트 바닥이 보였다. 슬레이트 사이로 비스듬히 내려오는 빛. 물방울 소리. 케이블 타이가 살에 파묻히는 압력. 손끝의 무감각이 팔꿈치를 타고 올라오는——
도현은 숨을 쉬지 못했다.
폐가 닫힌 것 같았다. 공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입이 열려 있는데 숨이 들어오지 않는 그 감각. 도현은 시트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현실. 가죽이 아닌 면. 콘크리트가 아닌 매트리스. 여기는——
"나가."
간호사에게 한 말이었다.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명령이었다. 문이 닫혔다.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다.
도현은 침대에 앉았다. 등을 구부리고,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었다. 손목의 맥박이 빨라지고 있었다. 세려고 했다. 셀 수 없었다. 너무 빨랐다.
*
의자 소리가 났다.
이준이 일어서는 소리. 한 걸음. 도현의 침대 옆에서 멈추는 소리.
"약은 쓰지 않겠습니다."
도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호흡이 얕고 빨랐다. 이준의 목소리가 어둠 너머에서 들렸다. 건조했다. 감정이 없었다. 날씨를 읽듯.
"기록이 남습니다. 진정제 투여 기록은 블랙팀 보고 라인에 자동 공유됩니다."
기록. 보고 라인. 블랙팀.
그 단어들이 공포를 잘랐다. 아니, 공포의 종류를 바꿨다. 발작의 공포에서 노출의 공포로. 차도현이 진정제를 맞았다는 기록이 블랙팀에 공유되면——
'관리 필요'. 그 꼬리표가 붙는다.
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호흡이 한 박자 느려졌다. 분노가 공포를 밀어내는 데 0.8초 걸렸다.
이준이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 옆에 서 있었다. 반 걸음. 도현이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 뻗지 않으면 닿지 않는 거리. 정확히 그 경계.
도현은 고개를 들었다. 이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비상등의 깜빡임 사이에, 턱선과 쇄골의 윤곽만 보였다.
"진정제를 피하는 건 좋은데." 도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대안은."
이준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의자를 침대 옆으로 당겼다. 아까보다 30센티미터 가까운 위치. 그리고 앉았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도현은 그 의미를 알았다. 체온. 호흡. 존재감. 이 남자의 존재가 72시간의 공백을 잡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인정하는 순간 의존이 되니까.
의존은 통제의 반대편이다.
하지만 호흡이 여전히 얕았다. 심장이 여전히 빨랐다. 그리고 이준이 앉은 방향에서 체온이 느껴졌다. 30센티미터 건너편의 온기. 철 냄새를 밀어내는 종류의 온기.
*
도현은 눈을 감았다.
3초 후, 입을 열었다.
"서 있는 위치는 거기.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
명령이었다. 도현의 것이었다. 이 상황을 자신이 설계한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
이준이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이 남자는 명령을 수정하지 않는다. 받아들이거나, 침묵하거나.
문제는 그 자연스러움이었다.
도현이 "여기 있어"라고 말하고, 이준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수백 번 반복한 루틴처럼 매끄러웠다. 처음이 아닌 것 같은 감각. 그 감각이 불쾌했다.
왜 이렇게 자연스럽지.
도현은 눕지 않았다. 침대에 앉은 채, 등을 벽에 기댔다. 이준은 의자에 앉은 채, 등을 세웠다. 두 사람 사이에 30센티미터. 침대의 가장자리와 의자의 팔걸이 사이.
이준의 호흡이 들렸다. 규칙적이고, 깊고, 통제된. 도현은 그 호흡을 세기 시작했다. 비상등의 깜빡임 대신.
1. 2. 3.
호흡을 세는 것은 물방울을 세는 것보다 쉬웠다. 물방울은 차갑고, 호흡은 따뜻했다. 도현은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47. 48. 49.
어느 순간, 자신의 호흡이 이준의 호흡과 같은 간격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2화에서도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다.
패턴을 인지한다. 인지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이건 의존의 시작이다.
도현은 눈을 떴다. 아니, 뜨려고 했다.
눈꺼풀이 무거웠다. 72시간의 감금과 36시간의 각성이 만든 무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무게. 몸이 항복하고 있었다. 뇌가 남은 회로를 하나씩 끄고 있었다.
도현은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잠이 아니라 실신에 가까운 미끄러짐이 왔다.
*
꿈.
콘크리트 바닥. 물방울 소리. 케이블 타이. 여기까지는 항상 같았다. 다른 것은——
발소리가 없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72시간이 지나고, 백 시간이 지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도현은 물방울을 세다가 놓쳤다. 숫자가 뒤섞이고, 손끝의 감각이 사라지고——
버림.
아무도 오지 않는다.
도현의 손이 움직였다.
잠든 의식이 아닌, 몸이 먼저. 공포가 아닌, 본능이 먼저. 어둠 속에서 도현의 왼손이 침대 가장자리를 넘었다. 30센티미터의 공기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이준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목 위의 맥박이 뛰었다. 도현의 것이 아니라 이준의 것이. 규칙적이던 맥박이 한 번, 빠르게 치고 지나갔다. 0.3초. 도현의 손바닥 안쪽에서 느껴진 떨림. 그리고 곧 원래의 리듬으로 돌아갔다. 통제. 이 남자 특유의.
따뜻하고, 규칙적이고, 살아 있는.
도현의 호흡이 돌아왔다. 얕고 빠르던 호흡이, 그 맥박에 맞춰 느려졌다.
복도에서 카트 바퀴 소리가 지나갔다. 도현의 의식이 수면과 각성 사이에서 흔들렸다. 깨어나야 했다. 손을 놓아야 했다.
놓지 못했다.
이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밀어내지도, 잡아당기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도현이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상태를——가만히 허용하고 있었다. 다만, 의자 위에서 이준의 몸이 미세하게 기울었다. 도현 쪽으로. 0.5센티미터. 의식적인 것인지 무의식적인 것인지. 그 구분이 불가능한 각도.
도현의 손이, 꿈보다 먼저 이준의 손목을 붙잡았다.
잡고 나서야 깨달았다. 놓으면, 숨이 막힐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