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100위
00:30은 차트가 아니라, 판결 시간이었다.
연습실 조명이 절반이었다. 테이블 위에 캔 두 개와 빈 과자 봉지가 있었다. 충전 케이블 세 개가 전원에 꽂혀 있었다.
이준의 손가락이 새로고침 버튼 위에 있었다. 누르지 않았다. 00:29:41.
서지환이 소파 끝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형… 나 지금 손이 떨려."
"떨리면 계산해." 이준이 말했다. "지금 유입 몇이야."
서지환이 폰을 들었다. "트렌드 5위 유지. 쇼츠 2탄 18만."
"언급량은?"
"정우야, 언급량."
정우가 화면을 봤다. "23:40 이후 기준으로 4,200 넘었어요."
이준은 그 숫자를 들었다. 계산했다. 4,200 언급. 쇼츠 18만 조회. 트렌드 5위 유지. 유입 구조는 살아 있었다. '전환율이 관건이다. 보는 것과 재생하는 건 다르다.'
00:29:55.
태현이 화면 쪽으로 걸어왔다. 팔짱을 풀었다.
한도윤이 이준 쪽으로 왔다. 폰 화면을 보여줬다. 뮤직탑 운영팀 CS 창이었다. 캡처 세 장. 타임스탬프가 찍힌 정상 재생 로그였다.
"오류 건은 따로 뺐어요. 정상 집계 분만 묶었는데, 이걸 지금 올려도 돼요?"
이준은 그 캡처를 봤다. 로그 형식이 맞았다. 뮤직탑 집계 기준에 부합하는 포맷이었다.
"올려요. 만약 패널티 나오면 반박 근거로 쓸 수 있어."
도윤이 화면을 껐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준은 그 뒷모습을 봤다. 한 박자 뒤에 새로고침 버튼으로 시선을 돌렸다.
00:30:00.
이준이 새로고침을 눌렀다.
화면이 깜빡였다. 차트가 갱신됐다.
노바.
100위.
서지환이 숨을 내쉬었다. 소리가 났다. 거의 신음 같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 사이로 뭔가가 새어 나왔다.
정우가 캡처를 했다. 손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태현은 천장을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준은 화면을 캡처했다. 민하에게 전송했다. 메시지 한 줄: '공식 인증샷으로 올려요. 지금.'
한도윤은 자기 자리에서 100위 화면을 봤다. 박수를 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이준은 그 얼굴을 1초 봤다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오늘 하루만 기뻐하면 안 돼?" 태현이 말했다.
"기뻐." 이준이 말했다. "30분만."
태현이 피식 웃었다. "30분?"
"차트는 01:00에 또 갱신돼. 99위가 목표야."
서지환이 손을 내렸다. 눈이 빨개져 있었다. "형은 진짜…" 말을 잇지 않았다.
이준은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100이라고 썼다. 그 위에 선을 그었다. 99를 썼다.
"100위는 목표가 아니라 입구야. 99위가 다음 갱신 목표. 트렌드 유입이 아직 살아 있으면 가능해."
정우가 화면을 봤다. "트렌드는 아직 5위예요."
"쇼츠는?"
"18만에서 멈춰 있어요. 증가 속도가 줄었어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측 범위 안이었다. 유입이 완전히 끊기지 않는 한 한 칸은 가능했다.
SNS에서는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민하가 100위 인증샷을 올렸다. 댓글이 폭발했다. 동시에 커뮤니티 쪽에서 '불쌍팔이' 프레임이 다시 올라왔다. '100위짜리 광고로 차트 올렸다' '이게 조작이지 뭐야'. 이준이 링크를 열었다. 읽었다. 닫았다.
"문장 교체해." 이준이 말했다.
정우가 봤다. "뭘요?"
"100위 공지에서 '됐다' 있으면 다 빼. '불쌍'이나 '힘들었다' 류 전부. '도전'이라는 단어만 써."
정우가 민하에게 메시지를 넘겼다. 민하의 답장이 왔다. 1분 후. '수정했어요.'
00:45. 멤버들이 지쳐가고 있었다.
서지환이 소파에 누웠다. 태현은 충전 케이블에 폰을 연결하고 눈을 감았다. 정우만 화면을 보고 있었다.
이준은 교대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두 명이면 돼. 나랑 정우. 01:00 갱신 보고 정리해."
태현이 눈을 뜨지 않고 말했다. "알람 맞춰놔."
"맞춰놨어."
서지환이 뒤집어 누우면서 중얼거렸다. "99위 가면 뭐가 달라져."
이준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99위는 한 칸이다. 그 한 칸 안에 다른 세상이 있다.'
00:58. 이준과 정우만 화면 앞에 있었다.
이준이 새로고침 버튼 위에 손가락을 다시 올렸다.
01:00:00.
화면을 눌렀다.
갱신됐다.
노바. 99위.
이준은 그 숫자를 봤다. 캡처했다. 민하에게 전송했다.
정우가 화면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됐네요."
이준은 화이트보드를 봤다. 99 위에 선을 그었다. 그 위에 썼다.
98.
이제부터는 '가능'이 아니라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