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99
99는 숫자고, 반응은 소리였다.
아침 9시. 연습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이준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잠을 잔 건 세 시간이었다. 캔 커피가 두 개째였다.
팬카페 댓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민하의 공지 아래에. 조회수가 9,200을 넘어 있었다. 댓글은 478개.
이준은 댓글을 읽지 않았다. 숫자만 봤다. '차트 99. 팬카페 트래픽 기준 DAU 4,100. 쇼츠 누적 조회 31만. 언급량 6,800.'
이 세 개를 문서로 정리해야 했다. 오전 10시. 윤세아와 미팅이 잡혀 있었다. 이사회용 1페이지 요약.
서지환이 먼저 들어왔다. 눈이 아직 부어 있었다. "형, 잤어?"
"조금."
"나도 조금." 서지환이 폰을 봤다가 내려놓았다. "99위… 진짜야?"
"진짜야."
서지환이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숨만 들이켰다. 이준은 그 옆에서 문서를 계속 썼다.
태현이 들어왔다. 문을 닫고 화면을 봤다. "형, 됐다." 그것만 말했다. 짧게.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타이핑했다.
1페이지 요약 초안이 완성됐다. 이준이 세 번 읽었다.
KPI 1. 뮤직탑 차트: 데뷔 후 101위(D+0) → 100위(D+1 00:30) → 99위(D+1 01:00). 누적 상승 2칸.
KPI 2. 팬카페 트래픽: DAU 2,300(기준점) → 4,100(D+1). 증가율 78.2%.
KPI 3. 외부 언급량: D-1 대비 16배. 트렌드 최고 5위(자정 기준).
숫자만. 감정 없이. '이사회는 이걸 보고 결정할 거다. 세 줄이 우리의 생존 논리다.'
윤세아에게 전송했다. 수신 확인이 눌렸다. 30초 후 답장이 왔다.
"자료 잘 받았어요. 오전 미팅 때 씁니다. 그 전에 이준 씨, 5분만 시간 돼요?"
이준이 읽었다. 5분. 미팅 전 별도 대화.
"됩니다."
9시 40분. 윤세아가 연습실 문을 열었다. 멤버들이 있었다. 고개를 들어 이준을 봤다.
"잠깐 나올 수 있어요?"
복도. 이준과 윤세아 둘이었다.
"BEP 조정 건은 이사회에서 꺼낼 수 있어요." 윤세아가 말했다. "저도 숫자가 맞다고 봐요. MV 외주비 항목."
이준이 기다렸다.
"조건이 있어요."
"말씀해요."
"팀 전략 문서. 드라이브 접근 로그 저한테 주세요. BEP 조정 근거로 제 서명을 붙이는 대신, 로그를 받아서 내부 확인을 진행하려고요."
이준은 그 말을 들었다. '접근 로그를 내놓으면 수사 주도권이 윤세아에게로 넘어간다. 내가 먼저 경로를 특정하기 전에.'
"로그는 드릴 수 있어요." 이준이 말했다. "조건이 있어요."
윤세아가 이준을 봤다.
"로그 공유 범위를 윤세아 씨와 저 둘로 제한해요. 이사회 보고 전에 제가 먼저 확인할 수 있어야 해요. 로그 열람 결과를 저한테 먼저 공유하고, 그다음 이사회 라인으로 올려요."
윤세아가 잠깐 멈췄다.
"이유가요?"
"팀이 흔들리면 이사회 조건(초동 5만)을 충족할 인원이 사라져요. 순서를 지키는 게 이사회 입장에서도 유리해요."
윤세아는 이준을 봤다. 말을 고르는 것 같았다. '이준 씨, 아이돌 맞아요?' 같은 말이 나올 줄 알았다. 나오지 않았다.
"알겠어요. 그렇게 해요."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BEP 조정은 윤세아가 담당한다. 유출 경로 특정은 내가 담당한다. 분업이다.'
정우가 들어왔다. 노트북을 펼치면서 말했다. "이준 형, 트렌드 분석 정리 다 했어요. 보낼까요?"
"응. 윤세아 씨한테 같이 보내."
정우가 전송하는 사이 이준은 계속 항목을 봤다. MV 외주비 항목. 시장 단가 대비 37% 높았다. 이준이 납품서 파일을 열었다. 업체명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가 없었다. 법인 등록이 안 된 업체였다.
'이게 뭐지.'
이준은 그 항목 옆에 별표를 쳤다. 오전 미팅 후에 더 볼 사항이었다.
오전 미팅이 끝나고 이준이 연습실로 돌아왔을 때 폰에 진동이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첨부파일 하나. 이미지 파일이었다.
이준이 열었다.
스프레드시트 캡처였다. 셀 색이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구분돼 있었다. 파일명이 스크린샷 상단에 찍혀 있었다. '노바_팬덤전략_v1.xlsx'
이준은 화면을 확대했다. 자기가 만든 파일이었다. 셀 색. 정렬 방식. 항목 이름 규칙. 자기가 만들지 않은 파일이라면 흉내를 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걸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이준은 드라이브를 열었다. 파일 공유 설정. 접근 권한 목록을 봤다.
이준. 정우. 태현. 서지환. 한도윤. 박민하.
여섯 명.
이준은 그 목록을 메모장에 옮겼다. '직접 물으면 팀이 흔들린다. 흔들리면 지금 쌓아온 것들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 묻지 않는다. 지금은.'
메모장을 닫았다. 드라이브 공유 범위를 '링크가 있는 모든 사람'에서 '특정 사용자만'으로 바꿨다.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범위를 좁히면 다음에 유출이 일어날 때 경로가 더 좁아진다.
연습실 문이 열렸다.
한도윤이었다. 아무 말 없이 들어와서 자기 자리에 앉았다. 폰을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이준은 그 동선을 봤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서지환이 말했다. "도윤아, 99위 봤어?"
한도윤이 말했다. "응."
그게 전부였다.
이준은 폰을 다시 들었다. 스크린샷을 다운로드했다. 별도 폴더에 저장했다. 폴더 이름을 입력했다. '접근권한_리스트'
이준은 노트북으로 돌아갔다. BEP 조정 작업을 계속했다. MV 외주비 항목 옆에 별표가 여전히 있었다.
'파일명은 내가 붙였다.'
누군가가 우리 안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