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BEP 2억 3천
축하는 회의실에 없었다.
오전 10시. 회의실 테이블이 길었다. 한쪽 끝에 이사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정장이었다. 서류가 테이블 위에 정렬돼 있었다. 다른 쪽 끝에 윤세아가 앉아 있었다. 그 옆에 이준이 앉았다.
이준이 1페이지 요약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인쇄한 거였다. 이사 쪽으로 밀었다.
이사 한 명이 서류를 봤다. 시선이 첫 줄에 머물렀다. 뮤직탑 99위. 시선이 다음 줄로 내려갔다. 팬카페 DAU 78% 증가. 그다음. 언급량 D-1 대비 16배.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손이 가지런했다.
"99위는 좋아요."
이준이 기다렸다.
"BEP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준은 노트북을 열었다. 정산서 파일을 띄웠다. 화면을 이사 쪽으로 돌렸다.
"현재 BEP는 2억4천7백입니다. 그런데 이 항목을 보셔야 해요."
이준이 화면을 가리켰다. MV 외주비. 숫자가 붉게 표시돼 있었다.
"동일 규모 뮤직비디오 제작 외주 평균 단가와 비교했습니다." 이준이 화면을 넘겼다. 두 번째 파일. 시장 단가 비교표였다. "이 프로젝트 외주비가 평균보다 37% 높아요."
이사가 화면을 봤다. "증거 있어요?"
"납품서입니다. 업체명을 조회하면 법인 등록 내역이 없어요. 계약 단가와 납품 내역이 맞지 않는 항목이 두 개 있어요."
화면을 다시 넘겼다. 항목 비교표. 계약서 단가 옆에 납품서 수량. 수치가 어긋났다.
"이 두 항목만 조정해도 BEP가 2억3천까지 내려갑니다."
이사들이 서로를 봤다. 짧게. 이준은 그 시선 교환을 봤다. 계산하는 눈이었다.
윤세아가 입을 열었다. 단어를 고르는 속도였다.
"외주비 항목은 검토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준 씨가 제시한 단가 비교 자료는 신뢰도 있는 출처예요. 조정 가능한 범위 맞습니다."
이사가 윤세아를 봤다. 그다음 이준을 봤다.
"아이돌이 회계를 봅니까."
"살려고요."
한 줄이었다. 이준은 더 붙이지 않았다.
회의실이 잠깐 조용했다. 이사가 서류를 다시 집었다. 1페이지 요약 맨 아래를 봤다.
"BEP 2억3천까지." 이사가 말했다. "이건 조정이 아니라 정산 재검토예요. 시간이 걸려요."
"알고 있습니다. 근거 자료는 다 있어요."
이사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조건 말할게요."
이준이 메모장을 열었다.
"다음 컴백. 초동 5만. 못 하면 접습니다."
이준은 그 숫자를 받아 적었다. 초동 5만. 현재 팬카페 DAU 4,100. '전환율 기준으로 계산하면—'
"기준이 뭡니까." 이준이 물었다.
이사가 봤다.
"초동 5만의 근거 수치요. 저희 현재 유입 전환율 기준으로 필요한 외부 유입이 얼마인지 계산하고 싶어서요."
이사가 잠깐 멈췄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인 것 같았다. 윤세아가 이준을 봤다가 이사를 봤다.
"플랫폼 초동 집계 기준은 발매 후 72시간입니다." 이사가 말했다. "그 안에 5만."
"72시간 기준 현재 팬카페 유입 전환율이 12%예요. 5만 달성에 필요한 총 유입은 약 41만7천. 지금 트렌드 유입이 1회당 평균 4만입니다. 최소 10회 이상의 유입 이벤트가 필요해요."
회의실이 또 조용했다.
이사가 말했다. "계산이 맞으면 해내면 되겠네요."
"네."
조건이 하나 더 있었다.
"내부 유출 문제." 이사가 말했다. "팀 전략 문서가 외부로 나갔어요. 알고 있죠?"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못 잡으면 팀이 깨집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내부 균열이 있는 팀은 리스크예요."
이준은 이사를 봤다.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다. 한 번.
이사가 서류를 정렬했다.
"정산 재검토 결과 나오면 다시 봐요. BEP 조정되면 조건 유지. 안 되면—" 이사가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 "안 되면 원래 조건으로."
"알겠습니다."
이준이 노트북을 닫았다. 서류를 챙겼다.
복도. 엘리베이터 앞.
윤세아가 이준 옆에 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납품서 자료 어디서 났어요?"
"정산서에 있었어요. 처음부터."
윤세아가 이준을 봤다. 말을 고르는 것 같았다. 골랐는데 쓰지 않기로 한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윤세아가 먼저 탔다.
"잘했어요." 문이 닫히기 직전에 말했다.
이준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복도에 혼자였다.
폰을 꺼냈다. 어젯밤 모르는 번호에서 온 메시지를 다시 열었다. 캡처 파일. '노바_팬덤전략_v1.xlsx'. 답장을 보내지 않은 채로 뒀다.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켰다.
새 메시지가 와 있었다. 같은 번호였다.
"자료는 받았습니다. 다음 것도요."
이준은 그 문장을 읽었다. '다음 것도요.'
유출이 끝난 게 아니었다. 현재진행형이었다. 드라이브 공유 범위를 바꿨는데도. 아니면 다른 경로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제, 우리가 판을 바꾼다. 그 전에 내부부터 정리한다.'
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준은 폰 화면을 꺼뜨리지 않은 채 걸었다. 계단 쪽으로.
초동 5만보다 먼저 잡아야 할 게 생겼다.
*
그날 오후, 알 수 없는 번호로 또 한 건의 파일이 전송됐다. 수신인은 이준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