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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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은 칼이 아니라 통계다.
서은아는 그것을 7년 동안 배웠다. 데뷔 첫해에는 악플 하나에 울었다. 2년차에는 열 개까지 세고 울었다. 3년차부터는 세지 않았다. 세면 끝이 없으니까. 4년차에는 매니저가 '악플 비율 리포트'를 보여줬다. 긍정 60, 부정 30, 중립 10. 그때 알았다. 악플은 감정이 아니라 숫자였다. 숫자에 울면 프로가 아니었다.
지금 숫자는 이랬다. 긍정 18, 부정 57, 중립 25. 데뷔 7년 만에 가장 나쁜 비율이었다.
서은아의 숙소. 방 두 개짜리 빌라 2층. 루나틱 멤버 다섯 명 중 세 명이 이 숙소에 살았다. 서은아, 유리아, 막내 하은. 나머지 두 명은 계약 만료 후 나갔다. 비워진 방 두 개가 숙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비워진 방은 떠난 사람의 흔적이었다. 팬카페의 빈 공간과 같은 것이었다. 서은아는 그 방들의 문을 열지 않았다. 열면 빈 방이 보이고, 빈 방은 빈 무대와 같은 냄새가 났다.
거실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 펼쳐져 있었다. 화면에 기사가 띄워져 있었다. '강이준, 열애 공식 인정.' 그 기사 아래로 관련 기사가 줄줄이 달려 있었다. '서은아는 누구?', '루나틱 해체설 재점화', '열애 상대 서은아, 빚 5억 루머'. 기사 하나가 기사 열 개를 낳았다. 이 업계에서 기사는 번식하는 것이었다.
휴대폰 알림이 멈추지 않았다. 서은아는 알림을 끄지 않았다. 끄면 도망치는 것이었다. 7년 동안 도망친 적은 없었다. 도망치면 더 잃는다. 그것도 7년 동안 배운 것이었다.
부엌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 하은이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새벽인데. 하은은 불안하면 라면을 끓이는 아이였다. 올해 스물한 살. 데뷔했을 때 열여섯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성인이었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라면을 끓이며 불안을 삼키는 스물한 살이었다.
하은이 라면 냄비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서은아를 보았다. 노트북 화면을 보았다. 냄비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언니, 이거… 진짜예요?"
목소리가 작았다. 떨리지는 않았다. 하은은 떨리면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말을 한다는 것은 아직 괜찮다는 뜻이었다.
"진짜야."
서은아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멤버들에게는. 진짜라는 것은 '열애가 진짜'라는 뜻이 아니라 '기사가 진짜'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계약서의 비밀유지 조항이 있었다. 14페이지. 이준의 것보다 2페이지 많은 계약서. 그 2페이지에는 '본 계약의 존재를 제3자에게 공개할 경우 잔여 채무의 즉시 상환'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5억. 그 숫자가 입을 막고 있었다.
방문이 열렸다. 유리아가 나왔다.
유리아. 루나틱 메인댄서. 25세. 서은아 다음으로 오래된 멤버. 데뷔 때부터 '2인자'였다. 2인자는 1인자가 무너지면 올라가는 자리이고, 1인자가 버티면 영원히 그늘인 자리였다. 유리아는 그늘에서 5년을 버텼다. 5년이면 충분히 오래 참은 것이었다.
유리아의 SNS 팔로워는 루나틱 멤버 중 2위였다. 하지만 팬들이 '루나틱 하면 누가 떠오르나요?'라는 설문에서 유리아의 이름은 3위였다. 숫자의 2위와 인식의 3위. 그 차이가 유리아의 5년이었다.
유리아의 눈이 붉었다. 울었거나 잠을 못 잤거나. 둘 다일 수도 있었다.
"언니."
유리아의 목소리는 하은과 달랐다. 작지 않았다. 낮았다. 낮은 목소리는 분노를 누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왜 하필 우리야."
서은아는 유리아를 보았다. 유리아의 눈에 5년치 그늘이 있었다. 서은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리더니까. 팀원들의 눈을 읽는 것은 리더의 일이었다. 1인자의 의무.
"유리아 —"
"언니가 계약서에 사인하면, 우린 다 같이 욕먹어. 알고 있지?"
서은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한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서은아 개인의 열애가 아니라 루나틱 리더의 열애였다. 리더의 스캔들은 팀의 스캔들이었다. 팬카페에 이미 글이 올라오고 있을 것이었다. '은아 실망이다', '루나틱 끝났다', '탈퇴해라'. 12만에서 2천으로 줄어든 팬들. 그 2천 중에서도 몇 명이 더 떠날 것인가.
"설명해줘. 왜 하필 강이준이야. 왜 하필 지금이야. 우리 컴백 준비해야 하는데. 마지막 앨범이라고 했잖아. 마지막 무대라고 했잖아. 그런데 언니 혼자 — "
유리아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낮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분노가 누름을 뚫었다는 뜻이었다.
"혼자 살겠다는 거야?"
하은이 라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거실이 조용해졌다. 유리아의 마지막 문장이 벽에 부딪혀 돌아왔다. 혼자 살겠다는 거야.
서은아는 유리아를 보았다. 3초. 이준의 3초와는 다른 3초였다. 이준의 3초는 분석이었다. 서은아의 3초는 참는 시간이었다.
"아니야."
한 단어. 서은아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결정됐다고 말할 때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이미 울 만큼 울었다는 뜻이다. 이준이 3화에서 그것을 읽었듯이, 유리아도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5년 동안 같은 무대에 섰으니까.
"설명할 수 없어. 하지만 이건 우리를 위한 거야.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유리아가 웃었다. 웃음이 아니라 입꼬리의 경련 같았다.
"나중에? 나중에는 없어, 언니. 우리한테는."
유리아가 방으로 돌아갔다. 문이 닫혔다. 세게 닫히지는 않았다. 세게 닫으면 감정이 보이니까. 유리아도 프로였다.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 방법을 아는 프로. 하지만 문을 닫는 속도가 평소보다 빨랐다. 그것이 유리아의 분노였다.
하은이 서은아를 보았다.
"언니… 괜찮아요?"
서은아는 웃으려 했다. 하은에게는 웃어야 했다. 막내니까. 리더는 막내 앞에서 무너지면 안 된다. 연습실에서 막내 어깨를 잡고 '괜찮아'라고 말하던 것처럼. 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괜찮아."
목소리는 괜찮았다. 얼굴은 아니었다. 하은은 더 묻지 않았다. 라면을 들고 자기 방으로 갔다. 거실에 서은아 혼자 남았다.
같은 시각. 이준의 자택.
서재 책상 위에 태블릿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왼쪽은 실시간 검색어. 가운데는 광고주 연락 목록. 오른쪽은 커뮤니티 반응.
광고주 10곳 중 7곳에서 '확인 요청' 메일이 왔다. 법무팀을 통해 대응 중이었다. 확인 요청은 아직 해지 통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확인이 3일 안에 해지로 바뀔 수 있었다. 이 업계에서 확인은 경고였고, 경고는 타이밍의 문제였다.
이준은 브랜드 리스크를 계산했다. 위약금 총액. 최악의 시나리오. 숫자가 머릿속에서 정리되었다. 브랜드는 숫자로 무너진다. 감정이 아니라. 감정이 무너뜨리는 것은 사람이고, 숫자가 무너뜨리는 것은 시스템이다. 이준은 시스템 안에 있었다.
도윤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오전 광고주 대응 미팅 잡아줘. 법무팀 동석.] 3초 후 답이 왔다. [잡겠습니다.] 도윤은 새벽에도 3초 안에 답하는 사람이었다. 7년 동안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다. 이준은 그 일관성을 신뢰했다.
도윤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커뮤니티 쪽 정리됐어요. '조작' 프레임 댓글 비율이 15%까지 올랐어요."
12%에서 15%. 3시간 만에 3%포인트 상승. 이 속도라면 내일 아침에 20%를 넘는다. 20%를 넘으면 프레임이 된다. 프레임이 되면 기사가 된다.
"PR팀은요."
"침묵 유지. 이민재 팀장님이 '반박하면 키워드가 올라간다'고."
맞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침묵에도 유통기한이 있었다. 내일 아침까지 침묵이 효과적이겠지만, 모레까지는 모르겠다.
"최지훈은?"
"동향 파악 중이에요. 팩트인사이트 쪽에서 '조작' 프레임 관련 후속 기사를 준비하는 것 같다는 루머가 있어요. 확인은 안 됐고요."
이준은 전화를 끊고 태블릿을 보았다. 커뮤니티 화면.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 동선 사진 각도 너무 깔끔한데? 100% 연출이다
— 서은아 빚 5억이라는데 돈 받고 한 거 아님?
— 팩인 기사 = 블랙홀 보도자료 아닌가 의심됨
— 진짜든 가짜든 서은아 불쌍함 ㅠㅠ
마지막 댓글에서 이준의 시선이 멈췄다. '서은아 불쌍함.' 불쌍하다는 것은 동정이었다. 동정은 이 업계에서 양날의 검이었다. 동정은 관심을 만들지만, 관심이 오래가면 피로가 된다. 피로가 되면 무관심이 된다. 무관심은 동정보다 잔인했다.
이준은 태블릿을 덮었다. 창밖을 보았다. 한남동의 밤이었다.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검었다. 내일 아침이면 또 기사가 올라올 것이었다. 그리고 모레면 차서린 인터뷰가 터진다. 하나를 덮었는데 둘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시각. 논현동의 원룸.
최지훈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커뮤니티 댓글 수백 개가 스크롤되고 있었다. 기자에게 댓글은 여론이 아니라 데이터였다. 단어의 빈도, 감정의 방향, 확산의 속도. 최지훈은 그것을 읽는 사람이었다.
'조작' 키워드가 올라가고 있었다. 자연 발생이 아니었다. 패턴이 있었다.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문장 구조로, 여러 커뮤니티에 동시 게시.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있었다. 최지훈은 IP 패턴을 역추적했다. 결과는 아직 불완전했지만 하나는 확인됐다. 게시자 중 일부가 파파라치 에이전시와 연결되어 있었다.
김형우. 그 이름이 다시 떠올랐다. 논현동 카페 앞에서 플래시를 터뜨린 파파라치. 최지훈은 김형우의 프로필을 열었다. 프리랜서. 소속 없음. '한 방' 주의자. 이 업계에서 소속 없는 파파라치는 두 종류다. 돈이 없어서 소속이 없는 사람과, 소속이 필요 없을 만큼 한 방을 노리는 사람. 김형우는 후자였다.
최지훈은 노트북을 닫았다. 다음 기사의 윤곽이 잡히고 있었다. '조수석 여성은 서은아가 아니다.' 이 기사 하나로 판이 뒤집힌다. 열애 인정이 조작 인정으로.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칼은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에 꺼내야 한다.
최지훈은 휴대폰을 들었다. 이준에게 보낸 문자를 다시 읽었다. '카운트다운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새 문자를 썼다.
[강이준 씨. 내일 오전 '조수석 여성 ≠ 서은아' 2차 기사 예고 썸네일이 돕니다. 제 기사는 아닙니다. 다른 쪽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보내기를 눌렀다. 기자의 정보 제공에는 항상 의도가 있었다. 최지훈의 의도는 단순했다. 이준이 더 많이 움직이면, 더 좋은 기사가 나온다. 갈등은 재료였다.
서은아의 숙소. 새벽 1시.
하은과 유리아는 잠들었다. 서은아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은 닫혀 있었다. 대신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루나틱 팬카페. 최근 게시글.
[공지] 루나틱 공식 팬카페 운영진입니다. 최근 보도된 내용에 대해 소속사 확인 중입니다. 확인되는 대로 공지하겠습니다. 악성 댓글 및 루머 유포는 법적 대응합니다.
— 은아야 제발 해명해줘
— 루나틱은 끝났다 인정하자
— 나만 아직 팬카페 안 나갔나
서은아는 팬카페를 닫고 연습실 일정을 열었다. 내일 오후 2시. 마지막 앨범 안무 리허설. 2월 28일 마지막 무대까지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멤버들과 함께. 유리아와도.
무대는 서은아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곳이었다. 거실에서는 리더가 아니라 빚 5억의 채무자였지만, 연습실에서는 센터였다. 무대 위에서는 7년 동안 쌓아온 근육 기억이 몸을 움직여 주었다. 감정이 무너져도 몸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이 프로였다.
서은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거울을 보았다. 거실 벽에 걸린 전신 거울. 연습실에서 보던 거울과 같은 것이었다. 거울 속의 서은아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눈 밑이 어두웠다. 어깨는 — 내려와 있었다. 연습실 영상에서, 멤버들이 나간 뒤 혼자 거울 앞에 서 있던 그때처럼.
서은아는 어깨를 폈다. 의식적으로. 어깨를 펴는 것은 습관이 아니라 의지였다. 숙인 어깨와 편 어깨는 같은 너비라도 다른 사람이다. 이준이 3화에서 읽었던 것처럼.
내일 리허설에서 유리아를 마주해야 했다. '혼자 살겠다는 거야'라는 말을 들은 뒤에, 같은 안무를 춰야 했다. 프로니까. 하지만 프로면 덜 아픈 건 아니었다.
서은아는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거울 속의 자신이 묻고 있었다. 이게 맞는 선택이야? 대답은 없었다. 대답이 없는 질문이 가장 오래 남았다.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서은아는 모르는 번호를 확인하지 않았다. 7년 동안 그래왔다. 하지만 미리보기에 뜬 첫 줄이 눈에 들어왔다.
[내일 오전, '조수석 여성 ≠ 서은아' 기사 예고 썸네일이 돕니다.]
서은아의 손이 멈췄다. 조수석 여성이 서은아가 아니라는 기사. 그것이 나오면 열애 인정이 조작으로 뒤집힌다. 서은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계약서에 사인할 때부터.
서은아는 거울을 다시 보았다. 어깨가 다시 내려와 있었다.
썸네일 한 장이, 계약서 열두 페이지보다 더 잔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