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78%
게이트 앞에서 사람들은 검을 점검한다. 승헌은 시간을 점검했다.
새벽 5시 30분. 서울 외곽 C급 게이트 입구.
3월 새벽의 공기. 마석 냄새가 섞여 있었다. 오존 비슷한, 코끝이 찌릿한 냄새.
이카루스 헌터 다섯 명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갑옷 체결. 마력 잔량 확인. 포션 개수. 말없이, 손만 움직이는 루틴.
승헌은 그들과 약간 떨어진 곳에 서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포럼 반응이었다.
〔이카루스 HMB 조사 중인데 공개매수 공시가 말이 되냐〕
〔미각성이 무슨 길드를 인수해… 실력도 없으면서〕
읽다가 껐다.
던전은 현금흐름 기계다.
오늘 이 공략의 목적은 두 가지. 수익률 78% 예측의 현장 검증. 그리고 이카루스 헌터들이 그 예측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
숫자로 만든 그림이 현실에서도 맞아야 한다.
던전은 피를 먹고 자란다. 승헌은 그 피를 비용으로 적었다.
공략 대장이 다가왔다. 30대. 눈이 조용한 사람이었다.
"준비 됐습니다."
"시작하죠."
게이트가 열렸다.
*
C급 게이트 안은 늘 같은 냄새였다. 썩은 목재와 마력.
게이트 등급: C급. 예상 마석 드랍 D급 12개, C급 3~5개. 예측 수익률: 78.3%.
전반부는 순조로웠다. 이카루스 헌터들은 예상보다 좋은 팀워크였다.
현재 수익률: 예측 대비 103%.
승헌은 후방에서 마켓 아이 수치를 읽으며 이동했다. E급 등록 신체로 C급 게이트에서 검을 뽑는 건 계산이 아니라 낭비다.
보스룸 직전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측면 갈림길.
사람이었다. 헌터였다. 방어구가 가벼웠고, 이동이 빨랐다. 나이는 20대 중반.
서지후. S급 헌터. 26세. 독립 헌터. 소속 길드 없음.
S급이 C급 게이트에 있었다. 이유는 하나다. 게이트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후가 승헌을 봤다.
"돈 냄새가 나서."
짧았다. 비유도 설명도 없이.
"뭘 관찰하러 오셨습니까?"
"이카루스 공략 패턴. 그리고 당신."
"저를요?"
"HMB 조사받는 미각성이 이카루스를 인수하겠다는 게 재밌어서."
"지켜보시죠." 승헌이 말했다. "공략 결과가 나오면 알 겁니다."
"내가 궁금한 건 결과가 아니야."
"그럼 뭡니까?"
"당신이 헌터인지."
승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보스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공략 계속합니다."
*
보스룸.
C급 보스. 트럭 두 대 크기. 갑각형 몬스터. 머리가 둘. 마력이 분산된 구조.
좌측 두부 선타 → 마력 분산 차단 → 우측 두부 처리. 예상 공략 시간 17분. 피해 확률 23%.
승헌은 대장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좌측 선타.
3분 후 패턴이 전환됐다. 좌측 두부 공격 대신 동시 방어막 전개. 예측에 없던 변수.
피해 확률 23%→41%. 즉각 대응 필요.
승헌은 0.3초를 썼다. 그리고 검을 뽑았다.
E급 신체. C급 게이트. 계산상 무모했다. 하지만 그것이 계산이었다.
보스의 시선이 승헌 쪽으로 돌아왔다. 그 0.5초를 대장이 놓치지 않았다.
좌측 두부를 향해 일격이 꽂혔다.
아니, S급 일격이었다.
뒤에서 지후가 치고 들어왔다. 마력이 폭발했다. 보스의 좌측 두부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연달아 우측도.
공략 종료. 예측 시간보다 9분 빨랐다.
지후가 검을 집어넣으며 승헌을 봤다.
"왜 뛰어들었어?"
"계산이 그쪽으로 나왔으니까."
*
▶ 게이트 외부. 정산 구역.
실제 수익률: 81.2%. 예측 초과. 오차 범위 내.
HMB 조사관 두 명이 저쪽에서 정산서를 확인하고 있었다. 어제는 의심이었다면 오늘은 확인이었다. 숫자가 현실에서 맞아떨어졌다.
지후가 승헌 옆에 섰다.
"헌터들 실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알고 있습니다."
"근데 운영이 엉망이었던 거잖아."
"그래서 제가 들어온 겁니다."
"공개매수 성공하면 이 길드 어떻게 할 거야?"
"수익 구조 정상화. 이후 상위 등급 도전."
지후가 코웃음을 쳤다. 비웃는 소리가 아니었다.
"넌 헌터가 아니야."
승헌은 지후를 봤다.
"맞아. 난 더 위험한 쪽이지."
지후가 멈췄다. 그 눈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미세하게.
"감시하겠어."
"편하게 하시죠."
지후가 걸어가다가 멈췄다. 뒤를 돌지 않고 말했다.
"공개매수 기자회견 있으면 나한테도 알려. 직접 나가서 할 말이 있어."
승헌이 멈췄다.
서지후. 기자회견 개입 선언. 의도: 비판 or 검증. 확률: 미정.
그러나 S급이 기자회견에 서면, 시장은 반응한다.
"언제입니까?"
"정해지면 연락하죠."
지후가 사라졌다.
승헌은 정산서를 챙겼다. 전화를 꺼내 은설에게 걸었다.
"정산 완료. 수익률 81.2%."
"예측 초과예요?"
"네. 그리고 변수 하나 추가됐습니다."
"무슨 변수요?"
승헌은 잠깐 생각했다.
"S급 헌터가 기자회견에 서겠다고 합니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은설이 말했다.
"…그게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마켓 아이 업데이트: 공개매수 성공 확률 59%. 서지후 변수 — 현재 계산 불가.
"계산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