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각성자의 자존심
전리품 위에 서면, 사람의 본심이 보인다.
정산실은 게이트 외부 컨테이너 구조물이었다. 형광등이 차가웠다. 드랍 아이템이 테이블 위에 정렬돼 있었다. 마석 열여덟 개, 아티팩트 하나.
서지후는 구석에 서 있었다. 정산서를 보는 게 아니었다. 승헌을 보고 있었다.
서지후. 현재 감정 상태: 비판적. 개입 가능성: 64%.
정산이 끝났다. 대장이 서류를 건넸다. 그때 지후가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다.
"수익률 81.2%." 지후가 정산서를 가리켰다. "대단하네."
"감사합니다."
"비꼰 거야."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81.2%가 뭔 의미인지 알아?" 지후가 말했다. "이 사람들이 오늘 목숨 걸었다는 거야. 마석 개수로 환산된 목숨."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비용으로 적어?"
이 사람은 숫자로 환산된 사람을 싫어한다. 대부분은 틀리지 않았다.
"비용으로 적는 건." 승헌이 말했다. "이 사람들의 공략이 가치가 있다고 기록하는 겁니다."
"말장난이야."
"아닙니다. 비용으로 기록되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카루스 적자 시절에 이 사람들이 얼마나 싸웠는지, 얼마나 잘 싸웠는지 — 어디에도 안 남았습니다."
지후가 잠깐 입을 닫았다.
"그래도 헌터를 기업처럼 굴리는 건 모독이야."
"기업처럼 굴리지 않으면 기업에 먹힙니다."
침묵.
지후가 테이블에서 손을 뗐다.
"스파링해."
갑자기였다.
"당신이 헌터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하겠어."
거절 시 권위 손실 41%. 수락 후 패배 시 권위 손실 68%.
S급 상대 1초 버티기 성공 확률: E급 신체 기준 7%.
그리고 93%에 뭔가 있다.
"하겠습니다."
지후가 눈썹을 올렸다. 이 대답은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
컨테이너 구역 공터.
헌터들이 자연스럽게 원을 만들었다. 안전거리였다.
지후는 맨손이었다. 승헌도 검을 들지 않았다.
지후가 먼저 움직였다.
빨랐다. S급 이동속도. 아는 것과 받아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지후의 오른손이 승헌의 어깨를 향했다.
승헌은 피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받았다. 무릎을 구부려 충격을 분산시켰다. 넘어지지 않았다. 버텼다.
1초.
지후가 멈췄다.
전생 전투 경험. 피하는 법 대신 버티는 법을 알고 있음.
"어떻게 버텼어?"
"피하면 더 많이 맞습니다. 받아내는 게 더 짧습니다."
지후가 다시 봤다. 다른 눈이었다. 뭔가를 다시 계산하는 눈.
"확인하셨습니까?"
"…아직."
승헌이 자세를 풀었다. 어깨가 욱신거렸다. 3초를 들이켰다.
"조건 드리겠습니다. 6개월 안에 이카루스가 흑자 전환 못 하면 지후 씨가 옳은 겁니다."
"6개월."
"네."
지후가 뒤를 돌았다. 그리고 걸어갔다.
"감시하겠어."
"말씀드렸습니다. 편하게 하시죠."
"그리고." 지후가 멈추지 않고 말했다. "기자회견 때 나간다."
대장이 승헌 옆에 왔다.
"어깨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
▶ 차 안. 귀환 중.
은설에게 전화가 왔다.
"방금 뉴스 보셨어요? 서지후 기자회견 개입 선언."
기사가 이미 나왔다. 목격자가 있었다. 당연했다. 공터였으니까.
"문제가 됩니까?"
"S급이 반대 측으로 서면 시장이 흔들릴 수 있어요."
"S급이 감시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잠깐 침묵이 있었다.
"…그 생각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전생에서 이 정도는 기본이었습니다.
"마켓 아이 업데이트 됐습니까?"
"공개매수 성공 확률 59%→62%로 올랐어요. 서지후 변수, 시장이 긍정으로 읽었습니다."
3%. 지후 변수가 오히려 신뢰도를 높인 것이었다.
"내일 스케줄 확인합니다."
"오전 이카루스 임원 전체 회의. 오후 엘리시움 재무 보고. 저녁에는—"
"저녁은?"
"강도윤 씨 쪽에서 회동 요청 왔습니다. 개인 명의로요."
형이 직접 나온다. 조사와 언론으로 안 됐으니까.
"수락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형이 나온다는 건 저를 아직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전화를 끊었다. 어깨가 다시 욱신거렸다. 1초. 2초. 3초. 끝.
62%.
형과 만나기 전까지는 이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