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LBO
프라이빗 룸의 공기는 늘 싸늘했다. 돈이 오갈 때는 더.
테이블이 넓었다. 12인용이었지만 오늘은 세 명. 승헌, 태경, 그리고 GH은행 기업금융부 심사역 최진혁. 30년 동안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회수한 사람의 손이었다.
계약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두께가 상당했다.
승헌은 펜을 잡지 않았다.
펜을 쥐는 건 돈이 아니라 조건이다.
회의 시작 전, 은설이 태블릿을 승헌 앞으로 밀었다.
화면에는 뉴스 캡처가 있었다.
〔미래그룹 전략기획팀, 헌터 금융 TF 1차 보고서 제출 — 이카루스 포함 C급 이상 길드 10개사 실사 완료〕
형이 이미 실사를 마쳤다. 우리보다 빨랐다.
승헌은 화면을 껐다. 그리고 최진혁을 봤다.
"LBO를 한 줄로 정리해드리죠." 승헌이 말했다. "남의 돈으로 사서, 산 대상의 돈으로 갚습니다."
최진혁이 코를 한 번 골었다. 오래된 심사역의 반응이었다.
"담보 패키지를 보죠." 최진혁이 말했다.
승헌은 파일을 폈다. 은설이 전날 밤 새워서 준비한 자료였다.
"이카루스 보유 자산 네 가지입니다."
던전 입찰권 세 건, 22억. 아티팩트 창고 임차권, 18억. 게이트 관측 데이터 사용권, 9억. 사옥 및 훈련장 임차권, 7억.
"합계 56억." 최진혁이 끼어들었다. "인수 규모 대비 담보율이 낮아."
태경이 커피를 들었다. 말없이. 그러나 승헌 쪽을 봤다. 여기서 어떻게 치는지 보겠다는 눈이었다.
"무영-7 좌표를 반영하면 달라집니다." 승헌이 말했다. "지금 시장 평가는 3억. 하지만 3년 내 B급 광맥 확정 시 추정 가치 4,200억. HMB 탐사 보고서 파형 데이터가 근거입니다."
최진혁이 안경을 올렸다.
"3년이면 긴 기간이야."
"3년 안에 검증됩니다."
"공인 평가가 아니야."
"공인 평가는 3억입니다. 저는 4,200억에 베팅하는 겁니다."
최진혁이 파일을 덮었다. 그리고 태경을 봤다.
"원 대표는 이 건 어떻게 보십니까?"
"통과." 태경이 내려놓았다. "우리 투자 결정은 이미 내려졌습니다."
"개인보증 들어가야 해."
예상했다.
"거절합니다. 워터폴로 설계합니다."
"워터폴?"
"수익 우선회수 구조입니다. 은행 1순위. 태경 측 2순위. 원금 회수 완료 전까지 경영진 배당 없습니다."
최진혁의 손이 계약서 위에서 멈췄다. 0.5초.
"재무 설계 담당이 누구야?"
"차은설 분석가입니다." 태경이 말했다.
최진혁이 끄덕였다.
"상환 스케줄 다시 돌려봐."
*
20분 후.
은설이 고개를 들었다. 뭔가를 본 것 같은 눈.
"DSCR 1.2 넘겼습니다."
부채상환커버리지비율. 영업이익이 부채 상환액의 1.2배 이상. 은행 기준 대출 가능의 문턱이었다.
태경의 표정이 미세하게 바뀌었다.
"된다."
그 두 글자가 프라이빗 룸에 가라앉았다.
최진혁이 계약서를 다시 펼쳤다. 펜을 들었다. 그리고 멈췄다.
"미래그룹이 움직이면?"
태경이 승헌을 봤다.
승헌은 최진혁을 봤다.
"그럼 더 빨리 공시하죠."
최진혁이 1초 동안 승헌을 봤다. 그리고 서명했다. 태경이 따랐다. 승헌이 마지막으로 서명했다.
잉크가 번지는 소리가 날 만큼 조용한 방이었다.
*
▶ 엘리베이터. 14층 → 1층.
혼자였다. 거울에 비춰봤다. 28세. 미각성 각성자로 등록된 사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손에 쥔 레버리지는 50억에 가까웠다.
자기자본은 210만 원이었다.
이건 사냥이 아니라 상환이다.
3년 안에 전부 갚는다. 무영-7이 터지기 전에 구조를 완성한다.
*
▶ 엘리시움. 소회의실. 오후 4시 17분.
공시 초안이 프린터에서 나왔다. 14페이지.
공시 후 공개매수 성공 확률: 61%. 규제 리스크: 중. 미래그룹 개입 강도: 상.
61%. LBO 구조 확정 이후 7포인트 상승이었다.
그때 프린터가 한 번 더 돌아갔다.
두 번째 종이가 나왔다.
은설이 집었다. 표정이 굳었다.
"강 헌터님."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승헌이 다가갔다. 종이를 받았다.
〔조세범처벌법 제10조 관련 사전 통지 — 이카루스 길드 법인 및 관계자. 조사4국.〕
리스크: 조사 착수 확정.
승헌은 통지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손이 0.3초 동안 종이 위에서 떠나지 않았다.
형의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다.
"내일 공시 들어갑니다."
"통지서가 지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입니다."
은설이 태블릿을 들었다.
"공시 일정 조율하겠습니다."
그날 밤 소회의실에서 두 사람은 새벽까지 항목 13개를 검토했다.
새벽 1시 47분. 은설이 덮었다.
"13개 클리어."
문가에서 그녀가 멈췄다.
"0.3초 동안 종이 위에 손이 있었잖아요." 그녀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래도 계속 진행하는 사람을 저는 처음 봤어요."
문이 닫혔다.
61%.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