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삭제된 기록
기록은, 사라졌다.
연구실 아침. 연구파 교수들이 보관실 앞에 서 있었다. 문이 열려 있었다. 봉인이 풀린 상태. 알테리온이 들어가 확인하고 나왔을 때 표정이 굳어 있었다.
카이락스는 복도 끝에서 그것을 보았다.
처음으로, 알테리온의 표정이 굳었다. 북부 전선을 살아온 자의 표정이 굳는다는 것은 — 작은 일이 아니었다.
보관실 쪽으로 걸어갔다.
알테리온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어젯밤 어디 있었나."
직접적이었다. 돌려 묻는 것이 아니었다.
"기숙사입니다."
"몇 시에 들어갔나."
"저녁 식사 이후입니다."
반만 진실이었다.
알테리온이 카이락스를 3초 동안 보았다가 시선을 뗐다.
"기록이 수정되었다. 어젯밤 사이에."
"어떻게 수정됐습니까."
"그걸 네가 물어보는 게 맞는 상황인가."
카이락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봉인을 풀려면 내 파동을 복사해야 한다. 그런 기술을 가진 자가 학당 안에 있다는 뜻이다."
보관실 안쪽. 봉인의 흔적이 있었다. 안에서 풀린 것이었다. 외부 침입이 아니라 내부 접근.
알테리온과 직접 접촉한 자. 학당 안에서. 그리고 그 기술을 쓸 이유가 있는 자.
*
점심 이후였다.
회랑에서 누군가 옆에 붙었다.
"선배."
카이락스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발소리가 가볍고 빨랐다. 숨기는 척 숨기지 않는 걸음.
"F급 기숙사 3층에서 오시는 분이잖아요."
옆으로 붙은 인물을 보았다.
열여덟이나 열아홉. 갈색 머리가 짧았다.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보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눈. 학생회 견장이 없었다. 성흔 파동 2각. 하지만 파동이 조용했다.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억제하고 있었다.
쓸모가 있을 수 있는 타입이었다.
"노아라고 합니다. 어제 보관실 앞에 지나다 뭔가 봤거든요."
"왜 나한테."
"연무장 곤봉 얘기는 다 알고 있어요. 그리고 선배가 보관실 쪽으로 오전에 걸어가는 거 봤고. 관심 있는 거잖아요."
관찰이 빠른 자였다. 그리고 그 관찰을 거래에 쓰는 자.
"얼마."
노아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웃었다. 상대를 다시 평가하는 웃음이었다.
"성휘 포인트 삼백은 받아야죠."
카이락스는 노아를 보았다. 1초.
"질문 하나 면제."
"...네?"
"다음에 내가 질문하면 하나 면제해준다. 그게 더 이득이다."
노아가 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 이경 조금 지나서요. 보관실 복도에 그림자가 있었어요. 발소리가 없었습니다. 보관실 문 앞에서 2분 정도 서 있다가 사라졌어요."
"얼굴은."
"후드였어요. 키는 보통, 체격은 마른 편인데 어깨가 좁지 않았어요."
"이동 방향."
"지하 계단 쪽이었습니다."
지하 계단. 연구실이 있는 방향. 본관 지하와 연결된 통로.
"하나 더."
"그건 추가 거래입니다."
"질문 두 개 면제."
노아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 주변에 냄새가 있었어요. 마력 잉크 비슷한데 달랐어요. 룬 도구를 오래 쓴 사람한테서 나는 냄새예요. 그런데 그 냄새 아래 다른 게 섞여 있었습니다."
"다른 게."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 지하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차갑고 오래된 것."
심연의 잔향이었다.
룬 도구 숙련자. 심연의 잔향이 섞인 냄새. 지하 계단 이동. 알테리온의 파동을 복사하는 기술.
*
오후. 복도에서 카일과 마주쳤다.
"야, 거기 있었어? 점심 혼자 먹었잖아."
카이락스는 멈추지 않고 걸었다. 카일이 따라왔다.
"근데 아까 학생회 게시판에 네 이름 올라 있었는데. 청문 결과 공지. '위반 없음'이래. 근데 밑에 학생들이 댓글 같은 거 써놨더라."
"뭐라고."
"'0각이 어떻게 곤봉을 잡았냐, 몰락 귀족이면 원래 저런 거냐.' 뭐 그런."
"관심이 많군."
"당연하지. 0각이 연무장에서 한 건 터뜨렸는데 관심 안 가지겠어? 어디서 들은 건데 루시안 전하가 너한테—"
카일이 말을 멈추었다. 복도 끝에서 루시안이 오고 있었다.
"...말하면 온다."
카일이 즉시 한 걸음 물러섰다.
*
루시안이 카이락스 앞에서 멈추었다.
혼자였다. 호위 기사가 없었다. 의도적으로 없앤 것이었다.
복도가 좁았다. 거리가 가까웠다. 루시안의 눈에 금색 반점이 선명했다.
"기록이 수정된 것을 알고 있다."
"그렇습니까."
"네 기록이다."
"알고 있습니다."
루시안의 눈이 좁아졌다.
"어젯밤 보관실에 간 적이 있나."
"없습니다."
"증거가 없다."
"마찬가지로 갔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전하."
루시안이 한 발 가까이 왔다. 두 걸음 거리.
"도망치지 마라. 확인만 하면 끝난다."
"무엇을 확인하시려는 겁니까."
"네가 무엇인지."
카이락스는 루시안을 보았다. 2초.
이 황태자는 처음부터 그것을 알고 싶었다. 수정구 앞에서 처음 시선이 교차한 순간부터.
"오늘 밤, 연무장."
비공식 결투. 6각이 0각에게 결투를 제안한다는 것은 — 이 학당 역사에 없는 일이었다.
"결론."
한 단어. '그래서?'의 변주. 같은 무게였다.
루시안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황태자가 직접 결투를 제안했는데 한 단어 반응이 돌아오는 것을.
"오늘 밤, 연무장."
카이락스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루시안이 돌아섰다. 복도를 걸어갔다.
카이락스는 루시안의 등을 보았다.
그리고 — 손을 내려다보았다.
3화에서 카일을 구했을 때 먼저 움직인 손. 그 이후로 이 손은 또 무언가를 하려 하고 있었다. 결투를 수락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 이 학당에서 무언가를 지키려는 것인지.
백오십 년 동안 아무것도 지키지 않았는데.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어차피 나가야 했다. 파편의 맥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배후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복도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인기척이 있었다. 가벼운 발소리. 노아였다.
"선배."
카이락스는 멈추었다.
노아의 표정이 아까와 달랐다. 거래를 하려는 얼굴이 아니었다. 경고를 하려는 얼굴이었다.
"그 결투 — 처음부터 짜여 있었습니다."
카이락스는 노아를 보았다.
"결투 결계를 누군가 미리 설치해뒀어요. 루시안 전하가 오시기 두 시간 전에. 파동 기록형 결계입니다. 그 안에서 무슨 힘을 쓰든 전부 기록되는 종류예요."
카이락스는 그 말을 들었다. 2초.
결투가 아니었다. 시험이었다. 그리고 그 시험을 준비한 자는 — 루시안 혼자가 아닐 수도 있었다.
"고맙군."
노아가 눈을 깜빡였다. 그 두 글자를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질문 면제 하나 더 주시는 건가요?"
"됐다."
카이락스는 노아를 지나쳐 걸었다.
결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배후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오늘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