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흉작 시뮬레이션
봄비가 오지 않았다.
파종이 일주일 넘게 밀렸다. 시범구역의 밀은 싹을 틔웠지만 더디고, 콩은 더 심각했다. 우물 세 곳 중 하나가 말랐다.
밤새 장부와 씨름했다. 양초가 녹고, 잉크가 손끝을 물들였다. 5년치 수확 기록, 남부 곡물 가격, 기후. 양피지 위에서 숫자를 교차시켰다.
결론은 하나.
「올 가을, 평년 대비 30% 감소가 예상됩니다.」
집무실. 카일과 토마스가 맞은편에 서 있었다. 토마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30%…… 그러면……」
「겨울이 끝나기 두 달 전에 창고가 빕니다.」
카일의 입이 굳어졌다. 보급이 끊긴 전장에서 두 달은 전멸과 같은 말이다.
「그리고 이건 이 영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부 전체가 비슷한 상황이라면, 곡물 가격은 뜁니다. 두 배. 운이 나쁘면 더.」
이 계산이 틀리면 괜찮다. 맞으면, 아이들이 또 굶는다.
카일이 말했다.
「전쟁 전이랑 같은 겁니다. 물자가 부족해지면 가격이 터지는 거.」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쟁 전에 물자를 확보하듯, 지금 가격으로 거래를 묶습니다. 인장과 담보. 한 번 찍으면, 쉽게 못 깹니다.」
「상대가 필요합니다.」
카일과 토마스가 동시에 같은 이름을 떠올린 게 보였다.
「메디치안.」
「네. 하지만 우리와 거래할 이유가 아직 없습니다.」
토마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메디치안은 남부 최대 상단입니다. 저희 같은 작은 영지가……」
「맞습니다. 먼저 접근하면 발리기만 해요. 상대가 먼저 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거래가 안 되면 대공에게 무릎 꿇는 거야.'
*
그 무렵, 마을에 낯선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지에서 온 행상인이 우물가에서 곡물 시세를 물어보고 다녔다. 이틀 후엔 직물 상인을 가장한 남자가 토지의 비옥도를 묻고 다녔다.
부역 폐지, 삼포제. 소식은 밀정을 통해 퍼졌고, 남부 상인들 귀에도 닿았을 것이다. 파산 직전 영지의 전례 없는 개혁. 상인에게 그건 기회다.
마차로 나흘. 행상인이 오고, 열흘 만에 사절이 왔다.
토마스가 뛰어왔다.
「아가씨! 남부에서…… 사절이!」
창밖으로 마차가 보였다. 화려한 장식. 천칭과 금화를 조합한 문장.
카일이 검에 손을 얹었다.
「기사단장님. 손 내리세요.」
「적일 수 있습니다.」
「적이라도 돈을 가져오면 손님입니다.」
마차에서 내린 것은 상단주가 아니었다. 서류 가방을 든 중년 여성. 메디치안의 대리인.
봉인된 서한을 받았다. 금박의 천칭. 짧았다.
「카르테시아 영지의 재정 개혁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상호 이익이 될 논의를 제안합니다. —아드리안 메디치안」
카일이 서한을 읽고 나를 보았다.
「……예상하고 있었습니까.」
「행상인이 왔을 때부터요.」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지만.'
서한을 접었다. 뒷면에 작은 글씨가 있었다.
「추신 — 황실에서도 관심을 갖고 계신 모양입니다.」
'판이 커지고 있어.'
파산 직전의 영지가 내놓을 담보 따위 없다. 황실이 움직이고 있다면—그것이 유일한 신용이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