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삼포제
시범구역 첫날. 카일이 갑옷도 벗지 않은 채 삽을 들었다.
아무 말 없이. 삽날이 마른 흙을 갈랐다.
병사 열 명의 표정은 미묘했다. 자존심이 상한 얼굴. 하지만 단장이 삽을 들었는데 서 있을 수는 없다. 하나둘 삽을 집어 들었다.
나는 구획을 나누는 작업을 지시했다. 토마스가 도면을 들고 뛰어다녔다.
「이 구획은 밀입니다. 여기는 콩류. 그리고 이쪽은 올해 심지 않습니다.」
토마스가 멈칫했다.
「심지…… 않는다고요?」
「휴경입니다. 땅을 쉬게 하는 겁니다.」
「하지만 아가씨, 지금 영지 사정에……」
「토마스. 매년 같은 땅에 밀을 심으면 수확이 어떻게 됩니까?」
대답을 알고 있는 침묵이었다.
「……10년 전에 비하면 반밖에 안 됩니다.」
「콩은 땅을 되돌립니다. 땅도 사람처럼, 쉬어야 삽니다.」
카일이 삽질을 멈추고 올려다보았다.
「쓰러집니다.」
누구보다 잘 아는 표정이었다.
카일이 다시 삽을 들었다. 납득한 사람의 손놀림이었다.
*
오후가 되자 농민 몇 명이 울타리 밖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밭을 갈고, 사형수 출신 영주가 도면을 들고 뛰어다니는 광경.
한 농부가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또 세금 뜯으러 왔냐」고 소리치던 그 남자.
「……뭘 하는 겁니까?」
「삼포제라는 농법입니다. 같이 하시겠습니까?」
「병사들이 왜 밭을 갈고 있습니까?」
카일이 삽을 땅에 꽂았다.
「……먹으려면 갈아야 합니다.」
짧고 정확한 답. 농부가 피식 웃었다. 이 영지에서 처음 본 웃음이었다.
「그건 맞는 말이오.」
남자가 삽을 빌렸다. 카일 옆에서 밭을 갈기 시작했다.
해가 질 무렵, 울타리 안의 사람은 스물이 넘었다. 병사 열, 농민 열둘. 처음으로 같은 땅을 갈았다.
카일의 말 세 마리가 쟁기를 끌었다. 기사단의 군마가 농사에 투입된 건 카르테시아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기사단장님. 말을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말도 먹어야 합니다. 수확이 나면 사료도 확보됩니다.」
이 사람의 협력 방식은 감정이 아니라 논리였다. 그래서 믿을 수 있었다.
토마스가 시범구역 한쪽에서 흙을 비볐다. 손가락 사이로 흙이 부서졌다.
「아가씨.」
「네?」
「이쪽 흙이…… 부드럽습니다. 콩이 심긴 자리입니다.」
부드러웠다. 그게 증거였다.
해가 완전히 넘어갈 무렵, 젊은 병사가 카일에게 다가왔다.
「단장님. 남부 보급이…… 또 막혔습니다.」
카일의 손이 삽 자루 위에서 굳었다.
「어디서 막혔다.」
「정확히는…… 상단이 물건을 풀지 않는다고만.」
카일이 나를 보았다. 나도 카일을 보았다.
밤, 집무실. 토마스에게 물었다.
「올해 봄비가 늦고 있지 않습니까?」
「……네, 아가씨. 보름 이상 늦습니다.」
기후 이상에 보급 차단. 못 푸는 것과 안 푸는 것은 다르다.
'누군가 보급선을 막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