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책임이라는 칼(責任이라는 칼)
문은 안에서 열렸다. 그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가주 주재 비상 회의.
서재가 아니었다. 세가의 큰 전각(殿閣)――가주가 공식적으로 문도와 가신을 소집할 때만 여는 장소다. 여기서 논의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라 선언이다.
나는 아버지 뒤편, 형제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맏형이 왼쪽, 둘째가 오른쪽, 셋째가 건너편. 가주를 중심으로 부채꼴. 그 뒤로 가신과 수석 문도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틀 전 밤의 습격에 대해 경위를 정리한다.”
경위 보고는 운이 맡았다. 침입자 여섯. 넷은 양동(陽動), 둘은 본대. 목표는 금서각. 생포 한 명, 도주 다섯. 내부 피해는 문도 세 명 부상, 큰공자 경상, 서고 구역 일부 파손.
맏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 잡아 죽이면 됩니다.”
곧다. 큰형의 결론은 항상 직선이다.
둘째가 조용히 말했다.
“그보다 먼저,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경비 동선과 침투 경로를 기록부터 남겨야 합니다.”
방 안의 몇몇 시선이 불편해졌다. ’누구 탓’을 하고 싶은 자들에게, 기록은 칼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셋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제가 맡겠습니다. 사람은 제가 다루지요.”
셋째의 시선이 찰나 나를 스쳤다. ’사람을 다루겠다’는 말은, 경비 인사권을 달라는 뜻이다.
아버지의 시선이 셋째 위에 머물렀다.
“사람을 다루는 건……칼로 하는 게 아니다.”
한 마디. 셋째의 미소가 한 박자 경직되었다.
그때, 가신석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주님.”
중년의 가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비 무인 중 고참이다. 얼굴이 붉다. 수치가 분노로 변한 얼굴.
“경비를 세 배로 늘리시면……우릴 못 믿으신단 뜻입니까.”
전각이 조용해졌다.
맏형이 가신을 향해 말했다.
“못 믿어서가 아니라, 못 막았으니까 늘리는 거다.”
가신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곧은 답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다.
둘째가 낮게 끼어들었다.
“감정으로 결론 내리면, 다음엔 기록이 죽습니다.”
문도석에서도 소리가 올라왔다.
“우리가 의심받는 겁니까.”
“목숨 걸고 싸웠는데, 이건 아닙니다.”
의심의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손을 들었다.
방이 조용해졌다. 한 동작에.
“의심이 아니다. 보강이다.”
한 마디.
“지금 이 전각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면, 밖의 적에게 져야 할 이유를 안에서 만드는 꼴이다.”
가신의 어깨가 내려갔다.
“경비는 보강한다. 책임은 묻지 않는다. 대신, 앞으로의 동선과 절차는 기록으로 남긴다.”
맏형의 곧음과 둘째의 기록을 합쳤다. 셋째의 제안은 빼놓았다.
회의가 파했다.
━━━
전각을 나오는데, 아버지가 나를 따로 불렀다.
정원의 매화나무 아래. 겨울을 버틴 가지에 아직 눈이 걸려 있었다.
“너는 어젯밤, 찻잔을 던질 줄 알았다.”
방금 전각에서 벌어진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가신이 반발했을 때, 내가 무언가를 ‘던질’ 줄 알았다는 뜻.
“……”
“이번엔 무엇을 던질 셈이냐.”
“던지지 않겠습니다.”
아버지의 눈이 살짝 움직였다.
“찻잔은 한 번만 깨져야 합니다. 두 번 깨지면 소리가 아니라 소란이 됩니다.”
아버지가 잠시 나를 내려다봤다. 매화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가지 위의 눈이 흩날렸다.
“……좋다.”
돌아서서 걸어갔다. 세 걸음 뒤에 멈추었다.
“막내야.”
“예.”
“너는 대체……”
말끝이 사라졌다. 아버지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걸었다.
매화 가지 위에서 눈이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맞으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