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호흡은 거짓말을 못 한다(呼吸은 거짓말을 못 한다)
매화 가지의 눈은 녹았다. 질문은 녹지 않았다.
아침.
달리기는 이미 루틴이 되어 있었다.
열흘째. 호흡은 네 걸음에 한 번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세 걸음에 한 번이었는데, 폐활량이 늘면서 간격이 넓어진 것이다. 천룡결 기초편의 호흡법을 달리기에 녹여넣고 있었다. ‘고르게 쉬되 잊어라.’ 열흘이 지나자 알게 되었다. 잊는다는 건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의식과 동작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말한다.
아직 기감(氣感)은 없다. 하지만 몸이 달라지고 있었다. 처음 스무 바퀴 뛰고 주저앉던 몸이, 이제 마흔 바퀴를 돌고도 숨이 고르다.
문제는 시선이었다.
서고 2층 창문에 둘째가 보였다. 그리고 오늘은, 셋째도 섞여 있었다. 둘째의 시선은 자료를 모으는 눈. 셋째의 시선은 재는 눈. 같은 관찰이지만 질이 다르다.
달리기를 마치고 물을 마시러 가는데, 나무 양동이가 없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 놓여 있던 것이다. 하인에게 물으니 고개를 갸웃했다.
“삼공자께서 연무장 쪽으로 옮기라 하셨습니다만……”
연무장. 내가 달리는 곳이 아니라, 셋째가 검을 쓰는 곳이다.
물을 마시려면 셋째의 영역으로 와야 한다.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사소한 것부터 바꾸는 자가, 큰 것도 바꾼다. 통제의 시작은 항상 루틴의 침범이다.
얼굴에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다. 양동이가 있는 연무장으로 갔다. 셋째가 검을 멈추고, 내가 물을 마시는 것을 내려다봤다. 웃고 있었다.
“아, 막내. 목마르면 여기서 마셔. 어차피 같은 물이니까.”
“예. 감사합니다, 삼형.”
짧게 답하고 돌아섰다. 등 뒤에서 셋째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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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마신 뒤, 작은 문 근처를 지났다. 멈추지 않았다. 시선만 스쳤다.
경첩은 어제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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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밤.
잠을 자지 않고 있었다. 이불 속에서 눈을 감고, 호흡만 고르게 유지했다. 천룡결 기초편의 운기조식(運氣調息) 자세를 침상에 누운 채로 모방하고 있었다. 기감이 없으니 내공이 도는 건 아니다. 그저 호흡의 리듬을 정교하게 다듬는 연습.
자시(子時)가 지났다.
기척이 왔다.
서고 쪽이었다. 발소리가 아니다. 발소리보다 더 미세한 것――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누군가가 이동하면 공기가 밀린다. 소리를 죽여도 공기는 못 죽인다. 열흘간의 호흡 수련이 열기 시작한 감각이다.
몸이 반응하려 했다. 억눌렀다.
나가지 않는다. 보지 말라곤 안 했으니까.
대신, 침상 옆에 놓아두었던 돌멩이 하나를 집었다. 낮에 마당에서 주워온 것이다. 창문 틈새로 바깥을 봤다. 어둠 속에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돌멩이를 굴렸다. 힘을 주지 않았다. 창문턱에서 미끄러져 바깥 석판 위로 떨어지도록.
뚝.
잠이 덜 깬 아이가 침상에서 뒤척이다 물건을 떨어뜨린 정도의 소리.
3초. 서고 쪽에서 기척이 멈추었다.
5초. 기척이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방향이 바뀌었다. 서고 뒤 작은 문 쪽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물러나고 있다.
그리고 들렸다. 아주 작게. 바람에 실린 속삭임 하나.
“오늘은……열쇠가 없다.”
그 한 줄이, 밤보다 더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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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으면… 또 뺏긴다.
그럼 평소엔, 누구 손에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