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감사 시작
새벽 5시. 곡물 창고의 자물쇠가 새것이었다.
녹 한 점 없는 쇠. 문틈에 묻은 쇠가루. 경첩 뒤쪽에서 발견한 작은 금속 조각은 열쇠 복제품이었다.
카일이 복제 열쇠를 확인하고 눈을 좁혔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습니다. 안에서 한 겁니다.」
집사 하인리히가 도주한 건 한 달 전. 하지만 자물쇠를 교체하고 열쇠까지 복제한 사람은 따로 있다. 일곱 명 중 누군가.
도둑이 들어온 집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자물쇠를 바꾸는 것이다. 자물쇠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창고 출입 대장을 넘겼다. 하인리히 도주 이후 기록이 끊겨야 정상인데, 사흘 전 날짜에 수량 표기 없는 출입 흔적이 한 건 남아 있었다. 기록은 했지만, 무엇이 나갔는지는 적지 않은 것이다.
'구멍이 열려 있어.'
본관 집무실로 돌아왔다. 양초 다섯 개를 세우고, 밤새 작성한 문서를 탁자 위에 펼쳤다. 양초 불빛 아래 양피지 세 장. 조직도, 업무 분장표, 통제 매뉴얼.
나는 안다. 내부 통제. 한 번 구멍 나면, 금고는 불탄다.
여긴 없었다. 한 사람이 걷고, 적고, 쥐었다. 영주는 숫자를 못 읽었다. 그래서—아무도 안 막았다.
'전생에서 이런 구조의 회사가 들어오면, 감사 의견 자체를 낼 수 없었어.'
여긴 영지다. 고치지 않으면, 죽는다. 그리고 이건 귀족이 하면 반발을 사고, 상단이 하면 반역이 된다. 사형수라서 가능한 개혁이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만이 전부를 뜯어고칠 수 있다.
동이 틀 무렵, 토마스를 불렀다.
「토마스, 오늘 아침 일곱 시까지 남아 있는 하인 전원을 이 방에 모아주세요.」
노인의 눈이 흔들렸다.
「전원……이요?」
「네. 일곱 명 전부.」
토마스가 허리를 깊이 굽히며 나갔다.
카일이 문 옆에서 눈을 떴다. 밤새 서서 잠든 건지, 눈을 감고 서 있었던 건지 구분이 안 된다.
「……무슨 일입니까.」
「조직 개편입니다, 기사단장님. 구멍부터 막아야 합니다.」
「일곱 명으로요?」
「틀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로 만드는 겁니다.」
*
일곱 시 정각. 집무실에 일곱 명이 모였다.
토마스를 포함해 하인 다섯, 마구간지기 하나, 주방 담당 하나. 두려움, 그리고 체념.
나는 탁자 앞에 섰다. 양초 불빛이 내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오늘부터 직무를 분리합니다.」
침묵. 이해하지 못한 얼굴들.
「지금까지 이 영지에서는 한 사람이 돈을 걷고, 기록하고, 보관했습니다. 집사 하인리히가 그랬죠.」
하인리히의 이름에 몇 명의 어깨가 움찔했다.
「결과가 뭡니까? 빈 금고, 이중 장부, 도주한 집사.」
양피지를 탁자 위에 펼쳤다.
「오늘부터 세 역할을 나눕니다. 거두는 사람, 적는 사람, 쥐는 사람. 절대로 겸하지 않습니다. 장부를 쥔 사람이 금고 열쇠까지 가지면, 도둑에게 창고를 맡기는 겁니다.」
젊은 여자 하인이 손을 들었다. 이름은—에스텔라의 기억에 없다.
「저기, 아가씨…… 저희가 그걸 할 수 있을까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토마스 어르신밖에 없는데요.」
「글 쓰는 건 제가 맡겠습니다. 당신들은 숫자만 세면 돼요. 포대에 표식을 긋고, 눈금을 세고, 들어온 것과 나간 것을 짝짓는 겁니다. 글자를 몰라도 눈금은 셀 수 있잖아요.」
토마스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른 하인들과 미묘하게 다른 눈. 충성도 아니고, 두려움도 아닌. 무언가를 재고 있는 눈.
'……저 눈. 완전한 충성은 아니야.'
수십 년을 이곳에서 일한 사람이다. 사흘 만에 전부 갈아엎겠다고 하면, 환영할 리 없다.
'지금은 건드리지 않는다. 의심은 증거가 있을 때 꺼내는 거야.'
「토마스. 당신은 기록을 담당해주세요. 지금까지 해오신 일이니 가장 적합합니다.」
「……네, 아가씨.」
순종적인 대답. 하지만 허리를 숙이는 각도가 미세하게 얕아진 건 내 착각이 아닐 것이다.
직무 배분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한 가지 더. 오늘부터 모든 물건의 출입은 기록합니다. 곡물 한 포대, 양초 한 자루까지. 기록이 없는 출입은 도난으로 간주합니다.」
방이 얼어붙었다.
'미안하지만, 신뢰는 틀 위에 쌓는 거야. 순서가 그래.'
회의가 끝나자, 눈이 서로를 피했다. 문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하지만 맨 마지막으로 나간 여자 하인—손을 들었던 그 젊은 여자—이 문을 닫기 직전 나를 돌아보았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이 사람, 진짜로 뭔가를 바꾸려는 건가?' 같은 눈이었다.
그 눈이 남았다. 가슴 한구석에, 대답 없는 질문처럼.
'……대답은 결과로 해야지. 말로는 안 돼.'
*
그날 오후, 출입 기록의 첫 보고가 올라왔다. 토마스가 쓴 것인데, 오전에 주방에서 가져간 곡물 양과 실제 소비량 사이에 밀가루 반 포대의 차이가 있었다.
실수인지 의도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틀이 돌기 시작한 지 반나절 만에 이상치가 잡혔다.
'이게 통제야. 도둑을 잡는 게 아니라, 도둑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거야.'
창밖을 보았다. 남쪽 언덕 너머로 먼지가 피어올랐다. 짐을 싣고 떠나는 수레의 흙먼지.
아직도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
그리고 오늘 밤에도, 누군가 저 창고에 들어갈 수 있다. 복제 열쇠는 내가 회수했지만, 열쇠가 하나였으리라는 보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