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영지민은 자산이다
영지 재건의 첫 번째 전쟁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내부 통제를 세운 지 사흘. 장부를 정비하고, 직무를 분리하고, 출입 기록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관」 쪽의 이야기다.
사람이 비었다. 남은 건 노인과 아이, 아이를 안은 여자들. 일할 수 있는 농민은 전성기의 3분의 1.
모르간이 찔렀던 약점. 빈 공장에 매출 계획을 세운 바보.
'이번에는 현장부터 간다.'
마을 회합을 열었다. 영지 중앙의 빈터에 사람을 모았다. 토마스가 종을 치고, 카일의 병사 두 명이 마을 곳곳에 알렸다.
모인 사람은 서른 명 남짓. 멀찌감치 선 사람까지 합치면 오십쯤 될까. 바람이 빈터의 마른 풀을 쓸었다. 흙냄새와 사람 냄새가 섞였다. 그들의 눈이 나를 보았다. 하나같이 같은 표정. 적의.
뒤쪽 구석에 후드를 눌러쓴 남자가 서 있었다. 손톱 밑에 흙 한 점 없는 손.
'밀정. 대공 측이 이미 들어와 있어.'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앞줄의 농부가 소리쳤다.
「또 세금 뜯으러 왔냐!」
동의하는 숨소리가 번졌다.
「에스텔라 영주가 돌아왔다고? 감옥에서 나와서 또 남은 거 긁어모으려고?」
정확한 진단이었다. 이 사람들에게 나는 에스텔라다. 사치로 영지를 망친 악녀. 사형대에서 빠져나온 죄수.
'욕을 먹어야 할 사람은 에스텔라가 맞아. 하지만 이 몸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은 나야.'
숨을 들이쉬었다.
「맞습니다.」
소리가 멈췄다.
「이 영지를 망친 건 카르테시아 영주입니다. 그건 제가 짊어질 빚이에요.」
사람들의 입이 벌어졌다가 다물렸다.
「하지만 세금을 뜯으러 온 건 아닙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한 가지를 바꾸려고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움직임이 보였다. 아이 하나가 엄마의 치마를 잡고 서 있었다. 볼이 움푹 꺼진, 풀뿌리를 먹던 그 아이.
심장이 한 번 세게 뛰었다.
'……저 아이의 볼이 60%야. 장부가 아니라, 저게 60%야.'
*
「지금까지 이 영지의 세금은 부역이었습니다. 노동으로 내는 세금. 오늘부터 부역을 폐지합니다.」
침묵. 그리고 폭발.
「뭐라고?」
「부역 대신, 화폐로 납부합니다. 금액은 기존 부역의 절반 가치로 책정합니다.」
토마스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가씨…… 농민들에게 동전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만드는 겁니다, 토마스.」
나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영지 내 도로 보수, 수로 정비, 창고 건설. 참여하는 사람에게 일당을 지급합니다. 그 일당으로 세금을 내면 됩니다.」
토마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가씨, 그 일당은 어디서……?」
「당장 화폐가 부족하니, 일당의 절반은 창고 곡물로 지급합니다. 나머지는 영지 발행 증표로 주고, 수확 후 화폐로 교환합니다.」
한 농부가 끼어들었다. 팔짱을 꼈다.
「잠깐—부역 대신 일을 시키고, 곡물하고 증표를 주고, 그걸로 세금을 내라고? 그게 부역이랑 뭐가 다릅니까!」
좋은 질문이었다.
「다른 점이 두 가지. 하나, 부역은 강제지만 일자리는 선택입니다. 안 해도 됩니다. 둘, 부역은 농사철에도 불려갑니다. 이 일자리는 농한기에만 운영합니다. 농사가 먼저예요.」
말을 끊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 부역은 흔적이 안 남습니다. 하지만 동전은 남아요. 세금을 내고 남은 건 당신 것입니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계산하는 얼굴들.
'동전이 돌면 거짓말이 준다. 남는 건 말이 아니라 숫자다.'
그때, 뒤쪽에서 목소리가 올라왔다.
「대공은 세금 면제해준다더라.」
공기가 변했다. 후드의 남자였다.
지목하면 역효과다. 무시했다. 대신 목소리를 높였다.
「대공이 세금을 면제해준다는 말, 저도 들었습니다. 좋은 조건이죠.」
영주가 경쟁자를 인정하다니.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다만,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사람들을 훑었다.
「재배치가 뭔지 아십니까?」
어깨를 으쓱하는 농부. '좋은 거 아니냐'는 얼굴.
「서류의 한 줄입니다. '재배치 권한.' 그 한 줄이 마을을 지웁니다.」
목소리를 낮췄다.
「북부에서 재배치 당한 마을은 이름부터 사라졌습니다. 땅이 아니라 사람이 옮겨졌거든요. 세금 면제는 미끼고, 토지가 값입니다. 그 값은 당신들이에요.」
침묵이 길었다.
「저는 다른 걸 제안합니다. 세금은 있지만, 토지는 당신들의 것입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받습니다.」
적의가 아닌 눈이 서너 개 보였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작이었다.
*
회합이 끝났다. 빈터에 남은 건 바람뿐이었다. 비어 있던 분수대 위로 저녁 햇살이 내려앉았다. 어디선가 밥 짓는 냄새가 났다.
카일이 다가왔다.
「밀정을 놔뒀습니까.」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지금 잡으면 영웅이 됩니까, 적이 됩니까?」
카일이 입을 다물었다.
「밀정은 통로예요. 저 사람이 보고하겠죠. '부역 폐지, 동요.' 대공은 우리가 약해지고 있다고 읽을 겁니다. 그게 좋습니다.」
「적을 안심시키는 겁니까.」
「적이 방심할 때 준비하는 겁니다.」
그날 저녁, 집계. 서른 명 중 신청 여덟. 다섯 가구가 해 지기 전에 짐을 쌌다.
「우린 대공 쪽으로 간다.」
토마스가 보고했다.
「아가씨…… 다섯 가구가 떠났습니다.」
'……예상은 했어. 하지만 숫자로 보는 것과 사람이 짐을 싸는 걸 보는 건 다르다.'
양피지를 펼쳤다. 남은 인구, 가용 노동력, 세수 추정치. 전부 다시.
카일이 문 앞에 서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기사단장님.」
「네.」
「떠난 사람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남은 사람은 지킬 수 있어요.」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짧게. 확실하게.
창밖으로 해가 졌다. 남쪽 길 위에 등불 하나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밀정이 돌아가는 길일 것이다.
그 등불 뒤에서, 어떤 수가 준비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