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반란과 설득
부역 폐지 선언 닷새째. 폭발이 왔다.
아침부터 곡물 창고 앞에 사람이 모였다. 토마스가 허겁지겁 뛰어왔다.
「아가씨! 농민들이…… 창고에서 곡물을 내놓으라고……」
창고로 달려갔다. 카일이 먼저 와 있었다. 검에 손을 얹고, 뽑지는 않은 채로.
스무 명 남짓. 손엔 칼 대신 빈 자루. 깨진 그릇 조각이 덜컹 울렸다.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투박한 체격. 목에 힘줄이 튀어나와 있었다.
「여기 있는 곡물을 내놓아라!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
사람들이 호응했다. 자루를 흔들고, 발을 굴렀다. 누군가가 외쳤다.
「곡물이 여기 있는 건 누가 알려줬어?」
'정보가 새고 있다.'
카일이 한 발짝 나섰다. 거구의 기사단장이 검에 손을 얹고 있으니, 일순 공기가 눌렸다.
「기사단장님.」
카일이 고개를 돌렸다.
「병사를 부르지 마세요.」
「지금은 진압이 제일 빠릅니다.」
「진압하면 민심을 잃습니다. 잃은 민심은 안 돌아와요.」
「창고를 털리겠습니까.」
「제가 이야기하겠습니다.」
카일의 입이 일직선이 되었다. 반대하고 싶지만, 사람들 앞에서 분열을 보이면 안 된다는 정도는 이 사람도 안다.
나는 카일을 지나 앞으로 걸어갔다.
「곡물은 내드리겠습니다.」
소리가 멈췄다.
「단, 한 가지 조건.」
앞줄의 농부가 이를 갈았다.
「조건? 조건 따질 처지가—」
「배급 장부를 씁니다. 기록이 있으면, 늦게 온 아이가 굶지 않습니다. 기록 없이 나눠주면, 힘센 사람이 더 가져가요. 아이들은 어른보다 느리니까.」
풀뿌리 아이의 엄마가 고개를 들었다.
「……장부대로 나눠준다는 겁니까.」
「네. 아이가 있는 가구부터. 그다음 노인. 그다음 나머지.」
엄마가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작게 끄덕였다.
「창고를 엽니다.」
토마스가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꺼냈다. 창고가 열렸다. 곡물 포대가 정렬되어 있었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있었다.
배급이 시작되었다. 토마스가 장부를 펴고, 하인 둘이 곡물을 나누었다. 아이 있는 가구부터.
풀뿌리 아이의 엄마가 포대를 받았을 때, 아이가 처음으로 웃었다.
웃음이 번졌고, 내 장부는 더 빨리 말랐다.
*
그날 밤. 양초가 짧아지고 있었다.
재고 계산을 하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카일이었다. 문 앞에서 한참 섰다 들어온 것처럼, 발소리가 한 박자 늦었다.
문을 닫았다. 탁자 맞은편에 섰다. 앉지 않았다.
「……부역이 없으면, 긴급 동원도 없습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맞는 말이니까.
카일이 창밖을 보았다. 남쪽 언덕.
「2년 전 겨울. 187명 데리고 북쪽으로 갔습니다.」
「돌아온 건 134.」
53명.
「죽은 건 열하나. 나머진 얼어 죽었습니다. 방한 물자가 없어서.」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눈 밑의 그림자가 깊었다.
「그 물자가 이 영지 지하에 있었다는 걸 안 뒤로…… 잠이 안 옵니다.」
'이 분노의 방향을 잡아주지 않으면,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을 태운다.'
「기사단장님. 그 마흔두 명의 물자는, 마력석 240개와 함께 팔렸습니다. 그 정도 물량이면 최소 두 번은 중간 상단을 거쳤을 겁니다. 흔적은 남아 있어요.」
카일이 나를 똑바로 보았다.
「남부 보급선 일부가…… 한 상단을 경유합니다.」
「어떤 상단입니까?」
「메디치안.」
에스텔라의 기억 깊은 곳에서 희미한 반응이 왔다. 남부. 거대 자본.
「당신의 병사들을 죽인 건 겨울이 아닙니다. 돈의 흐름입니다.」
카일이 한참을 나를 보았다. 그리고 검 손잡이에서 손을 놓았다. 오늘 처음이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장부가 검보다 나은지.」
「나을 필요는 없습니다. 길이 다를 뿐이에요.」
카일의 시선이 탁자 위 재고 장부에 잠깐 머물렀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창가로 걸어가, 경비 배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평소와 같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창고 쪽을 더 오래 보았다.
말로 하지 않는 동맹이었다.
*
그날 밤, 영지 남쪽 경계에서 첫 삼포제 시범구역을 지정했다.
방치된 농지 세 구획. 밀, 콩, 휴경을 돌아가며 운영하는 3년 주기 윤작. 카일의 병사 열 명이 울타리에 투입되었다.
시작이었다. 남부의 보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